현대차까지 빅4 모두 탈퇴… 전경련 사실상 해체 단계(종합)

2015년 11월 서울 여의도 전경련 신사옥을 처음 방문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오른쪽)과 대화를 나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사진=장시복 기자

현대차그룹이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공식 탈퇴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면서 전경련은 사실상 해체 단계에 놓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날 "현대차 (235,000원 ▲4,000 +1.73%)는 탈퇴원을 제출했고 기아차 (110,400원 ▼1,800 -1.60%) 현대모비스 (234,500원 ▼500 -0.21%) 현대글로비스 (171,200원 ▲300 +0.18%) 현대카드 현대제철 (31,500원 ▼550 -1.72%) 등 나머지 10개 계열사도 모두 이날 중 탈퇴 의사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전경련 최장수 회장을 지내고 전경련 구사옥과 신사옥 모두 현대건설에서 짓는 등 현대차그룹은 전경련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지만 반세기만에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지난해 12월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LG그룹(18개사)이 전경련 탈퇴원을 제출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삼성(15개사) SK(20개사) 현대차(11개사)그룹이 차례로 탈퇴하면서 4대 그룹 계열사에서만 64개사가 빠졌다.

2015년 기준 전경련 600여개 회원사 가운데 4대 그룹 계열사 비중은 약 10%(64개사)에 그치지만 전체 회비 492억원 가운데 77%가량인 378억원이 4대 그룹에서 나왔다.


전경련은 지난 17일 비공개 이사회에서 사회공헌 예산을 없애는 등 올해 예산 규모를 지난해보다 40% 정도 줄였지만 현대차그룹까지 이탈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전경련의 존폐는 오는 24일 정기총회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찾을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회원사의 탈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회장·부회장까지 공석이 된다면 전경련 조직 와해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까지 환골탈태를 앞세웠던 전경련이 올 들어 쇄신안 발표보다 차기 회장 후보 물색에 열중했던 이유다.

하지만 회장단 소속 그룹 총수 중에서 올해로 6년 동안 전경련 회장을 3연임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 차기 회장 물색은 난항에 빠진 상황이다. 회장단은 최근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의사를 타진했지만 손 회장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신임 회장 후보가 정기총회 2~3일 전 공개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늦어도 오는 23일에는 전경련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정관에 따르면 회장 공석의 경우 회장단에서 최고 연장자가 대행한다. 현대차그룹이 이날 탈퇴하면서 회장단 최연장자는 지난 17일 이사회에 참석했던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됐다.

전경련은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 개입 등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 정황이 드러나면서 해체 여론에 부딪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