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코스피, 깜짝 2100선 돌파 배경은

21일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종가가 18.54(0.89%)포인트 상승한 2.102.93 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 17일 이후 19개월여 만이다. /사진제공=뉴스1

"올 것이 왔다." 코스피가 1년7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했다. 증권가 펀드매니저들은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마침내 박스권 돌파를 위한 첫 걸음을 뗐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8.54포인트(0.89%) 오른 2102.93에 마감했다. 역사상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한 것은 2011년 1·3월, 2015년 5월 세 차례밖에 없었다. 이번이 네 번째 돌파로, 2011년 4월29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2231.47) 경신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삼중고' 코스피, 깜짝 2100선 돌파 원인은=지난 주까지만 해도 이번 주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한 애널리스트는 아무도 없었다. 4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된 가운데 증시를 견인할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재료 공백상태였기 때문이다.

모멘텀은 없지만 코스피의 글로벌 소외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약 3% 상승했지만 신흥국 증시 평균 상승률은 9%에 달했고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재평가받는 정상적인 과정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성엽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 주가상승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랠리의 연장선상"이라며 "2월 들어 외국인 매도에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사상 최대 기업이익을 바탕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불확실성의 주원인이던 탄핵 일정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외국인 투심을 회복시켰다는 분석이다. 코스피를 짓눌러온 탄핵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환율 변동성 등 삼중고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분석이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3월 초에는 탄핵 결과가 나올 것으로 윤곽이 잡히자 외국인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되는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눌림이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와 SK하이닉스 (179,800원 ▲8,800 +5.15%), 철강·금융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됐던 시장 수급이 이날 전 업종으로 펴져 나갔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초대형주에서 대형주와 중형주로 매기가 확산되며 2100선 돌파를 견인했다.

◇강세장 시작됐나? 2200 간다=코스피 사상 최고점은 2011년 4월29일 기록한 2231.47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2100선 돌파가 강세장의 본격적인 시작인지에 대해선 아직 예단할 때가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2200선까지는 노려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강세장이 시작되려면 정말 경기가 좋아지면서 대세 상승의 조짐이 나타나는데 아직은 아니다"라며 "펀드 시장에 자금 유입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급적으로 시장이 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최악은 벗어났다는 것에 시장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기업 순이익 총액은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코스피 2100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영철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는 "코스피 순이익이 100조원 가까이 나오는 체력을 입증했는데도 주가 상승은 이에 못 미쳤다"며 "이익 증가를 감안하면 지금 코스피 2100선의 밸류에이션은 비싸지 않고 2200 정도까지는 무난한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