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삼성물산에 목맬 이유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의 결정적인 논리로 작용한 경영권 승계 특혜와 관련된 3대 의혹(경영권 승계완료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사실과 다르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검은 순환출자 지분 정리 과정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특혜와 청탁이 오갔다고 의심했지만 삼성그룹과 재계는 이 부회장이 얻는 실익이 없어 애초부터 청탁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검의 범죄혐의 논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특혜에서 경영권 승계 전반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향후 법정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 (138,200원 ▼2,100 -1.50%)의 자산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781,000원 ▼9,000 -1.14%)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다고 봤다. 또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삼성SDI (401,000원 ▼4,500 -1.11%)의 삼성물산에 대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매각해야 할 지분의 규모를 줄이도록 했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 내부 소식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1995년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시점으로 봐야 한다"며 "그 이후의 과정은 이를 단순화하는 것에 불과해 굳이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외부에 청탁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 계열사간 인수합병은 정부와 야당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의 단순화라는 요구를 수행한 수준이라는 것.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주 보유하면서 발생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2015년 10~12월)도 대규모 주식 매도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이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각지분 규모를 500만주로 하든 1000만주로 하든 이 부회장의 손실과는 큰 관련이 없었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또한 이 지분의 매각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는 것.

지분매각 과정 역시 자발적으로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라는 게 삼성그룹의 입장이다. 삼성은 당초 로펌 2곳에 문의한 결과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어 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을 받았지만 2014년 7월 시행된 이 법의 집행 사례가 없어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특검이 또다른 범죄혐의로 제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은 공교롭게 오해가 겹친 결과라는 게 당시 상장을 유치한 한국거래소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양쪽에서 대체로 확인되는 분위기다.

적자 상태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특혜라는 게 특검의 주장이지만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당시 상장규정을 완화하지 않았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0% 나스닥으로 갔을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붙잡기 위해 상장규정 완화는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미래성장성이 있는 대형기업을 유치하려는 한국거래소의 자체 노력이 적잖았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은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점을 바탕으로 특검 논리에 대응할 반박 근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복잡한 사안을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청탁해 해결하려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 담당기관과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한 게 최근 사태와 맞물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