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불확실성 세계무역 성장률 '뚝'

세계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세계 무역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고 진단했다. 세계은행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이미 세계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웠는지 모른다고 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이날 낸 세계무역감시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무역이 부쩍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무역 성장률 추이(단위: %)/자료: 세계은행

지난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은 1.9%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컸던 2009년 이후 최저치다. 2015년(2.7%)에 비하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5년간 무역 성장률은 평균 3%로 금융위기 이전 평균치(7%)를 훌쩍 밑돌았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무역이 최근 부진해진 게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저성장과 상품(원자재)시장의 침체 탓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해 무역 성장률이 뚝 떨어진 건 정치적 불확실성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무역 성장률 하락폭인 0.8%포인트 가운데 0.6%포인트가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이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보고서 저자 가운데 하나인 미셸 루타는 "정책 불확실성이 계속 어느 정도 글로벌 무역 성장세를 억누를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난민위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미국 대선 등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을 자극한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글로벌 무역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세계은행은 특히 보호무역주의와 무역협정 폐기 위협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을 뿐 이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핵심이다.

세계은행은 트럼프가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긴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제조업 회귀(리쇼어일) 정책이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무역이 얼마 전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글로벌 기업이 전 세계로 진출하면서 공급망을 확대한 결과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들의 미국 회귀를 압박해 글로벌 공급망을 축소하면 세계 무역, 생산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생산성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전에 연평균 2%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1%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한편 글로벌 무역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6.53%씩 늘었다. 세계은행은 이 기간에 중국을 비롯해 WTO에 새로 가입한 나라가 없고 새로운 FTA(자유무역협정)가 맺어지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무역 성장률이 4.76%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