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 '고시생'… "저는 자발적 '아싸'입니다"

취업난에 대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포기한 채 취업 준비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이달 대학 2학년에 올라간 A씨는 친구가 없다. 처음부터 대학에서 친구를 만드는데 관심이 없었다. 1년 전 입학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가지 않았다. 대신 입학과 동시에 공인회계사(CPA) 시험준비를 시작했다. 합격에 도움되는 수업만 수강하고 동아리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A씨는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를 칭하는 은어)'다.

대학생활에서 대인관계, 학내활동을 끊고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하며 생활하는 자발적 '아싸'가 늘고 있다. 과거엔 학교 생활을 오래 한 고학번의 학생들이 자연스레 학교에서 멀어지며 '아싸'가 됐다. 하지만 최근엔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스스로 '아싸'의 길을 선택한다.


경기불황에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 1학년때부터 일찌감치 먹고 살 궁리를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실업자수는 100만9000명에 달한다. 신입생 A씨는 "뉴스를 보면 겁부터 난다"며 "졸업해도 백수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문직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공인회계사 시험 이외에도 로스쿨, 보험계리사, 행정고시, 외교관후보자 시험 등 고시와 전문직 자격증 준비도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다.

과거에는 주로 타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한 편입,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며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 전공을 바꾸기 위한 전과 준비 등이 '아싸' 생활의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입학때부터 대학에 관심을 끊고 취업 준비에 매달린다는 점이 다르다.


이들은 대학 수업도 준비 중인 시험에 맞춰 수강한다. A씨는 "회계나 재무 관련 수업만 골라 듣는다"며 "이외의 수업은 별로 관심 없다. 시험 준비에만 도움되면 된다"고 말했다. 전공, 교양강의에서 함께 한 팀원들끼리 친목을 갖는 뒤풀이도 가급적 피한다.

개인주의의 확산도 대학생활을 겉도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로스쿨을 준비 중인 대학생 안창원씨(23)는 "사실 대학생활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한 면도 크다"며 "불필요한 학과 행사, 동아리 모임 같은 건 가급적 피하고 싶다. 혼자 지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동아리 신입부원 모집 부스의 한산한 모습. 최근 학내활동에 대한 관심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경희대학교 이감 제공

상당수 동아리들은 학생들의 저조한 관심에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면접·글쓰기 등을 공부할 수 있어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난 스피치·토론동아리 등을 제외하면 신입생 회원을 채우기 힘들다.

특히 취미·친목동아리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그림 동아리 회장을 맡았던 B씨는 "요즘은 예전보다 동아리 지원자 수가 훨씬 줄었다"며 "예전엔 10여 명에 달했지만 요즘은 5명도 안된다"고 말했다.

시대 변화와 취업난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 달라지는 대학가 모습이 씁쓸하기는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생 신지원씨(22)는 "요즘 취업이 힘들고 대학생들이 단체 생활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학 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차단해 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며 "하나의 목표만을 놓고 몇 년을 생활하다보면 자신의 목표와 생각에 스스로 갇혀 버릴수도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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