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이 대량실업 초래"…예상보다 빨리 온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AI(인공지능) 로봇이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미래 전문연구기관인 옥스퍼드 마틴 스쿨(Oxford Martin School)은 2013년 9월 '미래 기술의 영향에 관한 프로그램'(Programme on the Impacts of Future Technology) 보고서에서 AI 로봇이 향후 20년 이내에 미국 내 전체 일자리 중 45%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AI 로봇으로 인해 20년래 1930년대 경제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대량실업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경제대공황이 왔을 때 미국의 실업률은 25%였다.

그런데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로봇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갈수록 강력해지는 등 '자동화의 가속화'가 실현되면서, AI 로봇에 의한 대량실업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7월 자율주행 운전 트럭회사를 인수했고, 테슬라·아마존·구글 등의 테크(Tech) 기업들은 AI 연구 및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같은 AI 개발 속도는 구글의 공동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조차 21일(현지시간) 미 증권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놀랍다"고 토로할 만큼 빠르다.


AI 로봇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실리콘밸리 테크 CEO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제히 AI 로봇으로 인해 최악의 실업난에 직면하기 전에 문제의 해답을 찾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 마크 큐반(Mark Cuban)은 20일(현지시간) “로봇과 AI로 인한 자동화는 대규모 실업을 초래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이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큐반은 자신이 창업한 인터넷 기업 브로드캐스트닷컴을 포털 야후(Yahoo)에 매각해 억만장자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Elon Musk)가 내놓은 해결책은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지급이다. 그는 AI 로봇으로 인해 직업을 잃은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매년 기본소득을 지급해 그들의 삶을 영위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럽게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이 신기술을 익히거나 새 직업을 구하기 전까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자는 개념에서 나온 생각이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18일(현지시간) "정부가 인간 노동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 로봇에게도 세금을 부과하자"는 일명 ‘로봇세’안을 건의했다. 로봇세를 통해 AI 로봇으로 실업자가 된 사람들에게 일정 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AI 로봇이 도입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들은 운수업, 서비스업, 요식업이다.

현재 미국 내 우버(Uber)기사, 택시기사, 버스기사, 트럭기사 등 운송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자율 운전 차량의 도입은 이 인력들을 전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자율 주행차를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서 머지않아 모든 운전기사가 AI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운전기사가 AI 로봇으로 대체되면 그에 맞춰 관련 직종들도 자동화 수순을 겪게돼 AI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는 운수업종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세일즈업계도 비상이다. 미국에서 판매원 및 출납원으로 일하는 노동자들 8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러한 직업들도 곧 AI 로봇으로 대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미 아마존은 직원이 거의 없는 매장을 시범 운영 중이다. 아마존은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엔진인 ‘AI 영업사원’을 이용해 작년에만 1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400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미국의 요식업계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주문이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피자를 굽기 시작하고 배달 트럭을 운전하는 회사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