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역할 다하고 물러나는 36년 롯데맨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 / 사진=머니투데이DB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이 36년간 근무한 롯데그룹을 떠난다. 2014년 롯데카드에서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뒷수습하는 책임을 맡아 롯데카드로 자리를 옮긴 후 회사를 본궤도에 올려 놓는 구원투수 역할을 해내고 퇴임하게 됐다.

롯데그룹은 22일 재판 중인 채 사장의 후임으로 롯데자산개발의 김창권 대표이사를 내정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채 사장은 현재 롯데그룹 비리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채 사장은 1981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경영지원실과 정책지원본부 등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롯데의 재무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입사 이후 재무 파트에서만 근무했던 채 대표는 당시 롯데그룹의 재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롯데그룹의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타당성을 검토하는 일도 맡아 그룹을 이끌었다고 한다.

특히 신사업 추진 등과 같이 돈이 크게 들어가는 일을 앞두고 '채정병의 의견을 먼저 물어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룹 수뇌부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가 2014년 고객정보 유출사고를 겪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을 때 채 사장을 구원투수로 발탁한 것도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100일에 가까운 영업정지를 겪으면서도 2014년 회사의 순이익 규모가 사고발생 이전인 2013년보다 늘어 뒷수습을 원만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채 사장은 정보보안 분야를 크게 강화한 것은 물론 정보유출 사고 발생 8개월만에 신용카드 취급고와 시장점유율을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하지만 채 사장은 지난해 6월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수사선상에 올라 재판을 받고 있다. 입사 이후 오랫동안 그룹의 법무와 재무 등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정책지원본부가 비자금 조성을 총괄했다고 보고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채 사장을 주목해왔다. 검찰은 채 사장이 그룹 내 계열사들의 재무를 거의 총괄해왔던 만큼 비자금 조성 경위와 액수, 용처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측은 이번 인사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해 재판이 진행 중인 임원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한다. 재판 중인 채 사장이 물러나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