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 나선 도시바…국내 반도체 업계 '긴장'

반도체 공장 자료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사진=머니투데이DB

도시바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분할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넘어 경영권까지 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애플과 MS(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업계 긴장도가 높아지는 중이다.


22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매각 조건을 변경하고 오는 24일 재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각시기도 3월 말에서 4월 이후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도시바는 신설 회사의 매각 지분을 19.9%로 제한했지만 미국 원자력 발전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채권자들로부터 50% 이상 출자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의 지분 매각 조건이 달라지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지분 매각을 위한 3000억엔(약 3조원) 규모 입찰에 참여했던 SK하이닉스 (174,500원 ▼7,800 -4.28%)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매각되는 지분율이 50%까지 올라갈 경우 가격대는 10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메모리반도체, 그 중에서도 플래시메모리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도시바가 최초 개발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플래시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77,400원 ▼2,200 -2.76%)가 1위(35.5%), 도시바가 2위(19.5%)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은 10.9%로 5위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경영권을 인수해 상호 기술을 완전히 공유하고 IP(지식재산권) 접근도 자유로워진다는 측면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10조원은 공장 하나를 짓는 것에 맞먹는 금액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반도체 호황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SK 그룹 차원에서 모두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5조536억원이고 현금성자산은 3조5905억원이다.

아울러 도시바가 경영권까지 매각할 경우 해외로의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내 여론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SK하이닉스 내부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은 "도시바 측으로부터 24일 재입찰 진행에 대한 여부도 들은 바 없다"며 "현재 상황 추이를 살펴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재입찰 여부 등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재입찰에 애플과 MS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 관심도 쏠리고 있다. 기존에는 SK하이닉스와 대만 폭스콘,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이 입찰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게도 매출 1~2위를 다툴 정도로 '큰 손 고객'으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애플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30~4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만일 도시바를 인수해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물량을 자체 조달하게 된다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입는 피해도 상당할 것이란 계산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라면서 "이미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있으나 기술력 확보에 고전하던 중국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을 인수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