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오너십 위기'에 자살보험금 결국 백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앞두고 백기투항했다. 오너이자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교보생명은 23일 "소비자 신뢰회복 차원에서 자살재해사망보험금 전건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급규모는 총672억원(1858건)이다.

대법원은 2007년 교보생명이 판매한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자살면책기간인 2년이 경과한 후 전철역 선로에 뛰어들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이 판결을 기준으로 2007년 이후 판매한 미지급 건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이전에 판매한 건에 대해서는 원금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과 소비자보호 등을 대승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제재심의위원회열고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생명 (77,400원 ▼600 -0.77%), 한화생명 (2,630원 ▼5 -0.19%),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3곳에 대해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제재심에는 대표이사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돼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교보생명은 당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오너인 신창재 회장이 징계 대상에 오르자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이사가 주의보다 더 높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고 해임권고를 받으면 이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을 할 수 없다. 교보생명이 금감원의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판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징계 시 신 회장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교보생명이 미지급 전건에 대한 지급 결정을 하면서 제재 수위는 상당 부분 경감될 전망이다.

한편 교보생명과 함께 제재심을 받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건에 대해서는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이라 오너인 교보생명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차차차 교통안전보험과 같은 대법원의 판례가 없어 법률적으로도 상황이 다른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미리 제재 수위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재 수준은 모른다"며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진 바 없이 제재심에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도 "교보생명의 결정과 무관하게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