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전액' 아닌 '전건' 지급논란… 자살보험금 제재수위 낮출까

진웅섭 금감원장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교보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건을 모두 지급하기로 전격 결정해 최종 제재수위가 낮아질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교보생명은 대법원 최초 판결이 난 2007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청구건은 원금만 지급하기로 해 여전히 논란거리가 남았다.


금감원은 이달 초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소명을 요청했으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만 면담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겠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후 2시쯤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 3곳에 대해 제재심을 열 계획이다. 제재심이 열리기 몇 시간 전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전건을 모두 지급했다고 언론에 밝혀 제재 수위가 낮아질지 주목된다.

교보생명이 전건 지급을 결정했더라도 제재심에는 교보생명도 참석을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당초부터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과거에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해당 보험사를 제재하기로 했었다. 이 때문에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한 다른 생보사도 경징계지만 이미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이들 3개 생보사에 대해 기관에 대해선 일부 영업정지부터 인허가 취소까지, 임직원에 대해선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까지 징계 예정 수위를 통보한 바 있다. 이날 제재심에도 중징계 안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제재심 전에 전건 지급을 결정했다고 해도 이미 제재심에 안건으로 올라간 수위가 변경 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제재심 위원이 이 부분에 대해서 감안을 해 최종 수위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이 미지급 청구 건수 1858건 모두를 지급하기로 했으나 '전액' 지급하기로 한 것은 아니라 논란의 여지는 있다. 자살보험금 소송과 관련, 대법원에서 2007년 처음으로 '지급' 판결(차차차보험)이 났는데 교보생명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 청구한 900여 건에 대해선 원금만 지급한다. 2007년 이후 청구 건수에 대해선 지연이자를 포함해 모두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 금액은 각각 250억원, 422억원으로 총 합쳐서 672억원이다. 지연이자를 주냐 안주냐에 따라 최종 지급하는 보험금 금액이 크게 달리진다.

교보생명으로선 대법원의 판단, 주주의 의견, 금감원의 지급권고 등을 고려한 조치지만 '전액' 지급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중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2시 재재심을 열지만 3사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가 이날 확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이날 최종 결정은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건 지급을 결정한 교보생명의 경우는 결정이 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금감원은 이달 초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만 유일하게 금감원에 직접 방문해 소명했고 나머지 회사들은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오너인 탓에 문책 경고만 받아도 연임이 안 되고 '오너십'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김 사장, 차 사장은 임기가 정해진 CEO라서 상대적으로 자살보험금 제재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