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vs 4.7% 은행 '고무줄' ROE의 진실..특수한 2015년이 문제

은행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두고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사이에 설전에 오갔다. 금투협이 은행의 2015년 ROE가 2.08%로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저조하다고 지적하자 은행연합회가 5년 평균 ROE는 4.68%라고 반박한 것. 양측이 제시한 수치에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금투협이 꼭 집어 제시한 '2015년'이란 해의 특수성 때문이다.


금투협은 지난주 발간한 월례 협회지 내 조사연구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주요 업권 대비 저조한 편"이라며 2015년 기준으로 은행의 ROE는 2.08%로 증권(6.95%), 손해보험(9.60%), 생명보험(5.83%)에 비해 크게 뒤쳐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년간 평균 ROE를 보면 일반은행이 4.7%, 증권사가 3.5%"라며 "증권사가 은행 수익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금투협이 곧장 '재반박 자료'를 냈다. 금투협은 지난 21일 "자본수익률 수치는 산정 대상 기간에 따라 변동되므로 5년 평균을 기준으로 은행 수익률이 증권업보다 높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은행연합회가 제시한 '5년 평균 ROE'와 금투협이 내놓은 '2015년 ROE'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고 과연 은행과 증권 가운데 어느 업권의 수익성이 더 높을까. 일단 ROE 차이는 '2015년'이란 해의 특수성 때문이다. 2015년은 은행과 증권업이 각각 기업구조조정과 금리 하락이라는 변수를 맞아 희비가 엇갈린 해다.


증권사는 2015년에 사상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대로 인하하면서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년간 0.5%포인트 떨어지는 등 시장금리 급락한 결과 증권사가 들고 있는 채권 가치가 급등했다. 수익성 지표인 ROE는 당기순이익을 연평균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데 분자인 당기순이익이 커지면서 ROE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은행은 2015년에 수 년 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으며 2014년 6조원이었던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3조4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KDB산업은행 한 곳에서만 STX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등의 여신에 1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았다.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제외하면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4조9000억원에서 2015년 4조4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소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포함한 순이익으로 은행의 ROE를 계산해 증권업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인 추이를 보면 은행과 증권업 모두 ROE는 하락 추세다. 다만 저금리 기조로 채권 평가이익이 많이 난 2015년과 2016년 3분기까지 증권업 ROE가 반등했을 뿐이다. 증권업과 달리 은행은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성이 크게 위축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데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 구조조정의 타격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은행이나 증권업이나 본질적인 역량이 아니라 환경 변수에 따라 변동성을 보인 ROE를 갖고 다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양 업권의 진정한 승부는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 상승 요인이 있는 올해 이후 증권사가 어떤 실적을 보여주느냐, 절대적인 저금리 기조에서 은행이 어떤 모델로 수익성을 향상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ROE를 둘러싼 양측의 '설전' 뒤엔 사업영역을 둘러싼 '기싸움'이 자리잡고 있다. 금투협은 은행 ROE가 낮다는 점을 들어 "은행이 펀드 판매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했음에도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돼온 만큼 먼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행연합회는 "낮은 수익성이 은행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금융업권간 칸막이를 치는 전업주의에서 서로 다른 업권을 넘나드는 겸업주의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는 겸업주의 전환과 함께 은행의 신탁업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