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 "대통령 대리인단 언행 '망신'수준…예의 갖춰야"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 김평우 변호사(왼쪽)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6차 공개변론을 마친 뒤 서석구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6차 공개변론을 마친 뒤 귀가 중 기자들의 질문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대통령 측 대리인단 태도 논란에 대해, 법조인들은 입을 모아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김평우 변호사의 언행에 대해선 퇴정·감치 명령 등 재판관에 의한 제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봤다.

헌법재판소법 제35조는 법원조직법 질서유지 관련 규정을 준용하도록 돼 있어 헌재 심판정에서도 일반 법정과 동일하게 퇴정·감치·과태료 등의 제재가 변호인에게 적용될 수 있다.


변호사가 법정에서의 행동으로 퇴정당하거나 감치 등의 제재를 받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재판부도 변호사가 아닌 당사자나 방청객의 언행에 대해선 즉각 조치를 취하지만 변호인 변론권 보장을 고려해 변호사에 대해선 제재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지난 2013년 7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한 변호사가 재판부의 선고기일 지정에 불복하고 퇴정명령을 거부해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실제 제재가 가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김 변호사는 지난 22일 변론에서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법관이 아니라 국회 수석대변인"이라고 하는 등 헌재 재판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변호사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지난 20일 이 권한대행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발언에 나서 재판 진행 속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인신공격성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막말과 반말에 대해 법조인들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의 변론권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보장돼야 할 권리고, 재판절차에 관해 당사자나 대리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하지만, 대통령 측 대리인의 언행은 단순한 재판절차에 대한 이의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재판부에 대한 모욕 내지 인신공격적 성격이 강해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법조인들의 위신을 떨어트리는 일이고 형사법정에서 저러면 당사자한테는 불리하다는 건 상식"이라며 "대통령이 뒤에 있어서 그러는진 모르지만 이런 망신이 없다"고 자조했다.

헌법 교수들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다루는 심판정에서 막말 수준의 발언이 나오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송기춘 교수(전북대 로스쿨)는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재판관들이 참는 것"이라며 "(김 변호사가)법조계 선배라 하더라도 재판관들에게 후배 가르치듯 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법정 예의가 기본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고 평했다.

정재황 교수(성균관대 로스쿨)는 헌재 심판의 권위를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일반 형사재판과 달리 봐야 한다"며 "헌재와 재판관의 지위를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헌재는 주권행사 기관이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주권을 대신하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서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정에서 법관에 대해 항상 '을' 입장이기 때문에, 평소 변호인 변론권 보장에 대해 민감한 변호사들도 이번 대통령 대리인단의 언행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봤다. 변론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대통령 대리인단의 태도가 지나쳐 헌재에 의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고 변호사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일반 법정에서도 감치가 실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번 경우는 감치 대상이 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정규 변호사도 "법정 질서유지권에 따라 변호인 구금까진 아니더라도 퇴정시킬 정도"라며 "일반 민형사재판이었으면 바로 제재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법정예절이라는 것이 있고 법관에 대한 정중하고 정당한 이의나 재판진행에 대한 의견 진술 정도면 모를까 삿대질과 고성을 통한 항의는 변호사로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라며 "변협 차원에서 변호사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에 회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일 변호사는 "논란이 되는 언행을 계속 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재판관들에게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대리인단이 의도적으로 재판관들에게 도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이라 봤다.

한편 오는 27일 차기 변협 협회장에 취임하는 김현 변호사는 "김평우 변호사가 백번 잘못했지만 변호인으로서 변호하다가 우발적으로 생긴 일이고 변협은 변호사들의 변론권을 보호하는 기관인데 변론과정에 나온 걸로 적극적으로 징계한다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