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부산 소녀상 이전 요청 공문 발송 논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월 26일 오후 시민들이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외교부가 부산 동구청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외교부가 국제예양 및 관행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이전을 요청했지만 한일 간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가 이같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는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 위치가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누차에 걸쳐 밝힌 바 있다"며 "이러한 입장을 관련 지자체에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이어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전달했다"며 "일반적으로 외교공관 앞에 조형물이 설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녀상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녀상(철거)은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그것을 (공문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공문을 보낸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어떤 압박이라든가 강요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부는 이러한 입장을 작년 말부터 수차 표명해 왔다"며 "좀 더 분명하게 관련 지자체에 (지혜를 모으자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국제예양이 어떤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 외교공관 앞에 어떤 조형물이 설치되거나 그런 것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특히 조 대변인은 일본이 학습지도요령 개정 초안 공개를 통해 독도 영유권 도발을 한 14일 이런 공문이 발송된 것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전혀 무관하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소녀상 이전 요청 공문과 관련 "한·일 위안부 합의를 "책임지고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도 종전부터 양국의 재작년 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고 NHK 방송이 보도했다.

한편, 이같이 우리 외교부가 일본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결국 이전 문제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