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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80여일 최순실·특검이 남긴 것

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입력 : 2017.0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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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법에 따라 출범한 박영수 특검팀이 90일간의 특검 기간 중 1주일도 남겨두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오는 28일이 특검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특검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국회가 불러도 나가지 않는 방법은 장모와 함께 “기자들이 많이 찾아와서 집을 비웠다”고 말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통해서 배웠다.

청문회나 헌법재판소, 특별검사가 불러도 나가지 않는 방법은 ‘공항(?)장애’라는 특이한 병명의 건강진단서를 제출하거나 팩스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 된다는 것을 최순실씨 통해 알았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구호를 외쳐도 잡혀가지 않는 방법도 알게 됐다. 공부를 많이 해서 변호사가 되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들에게 ‘국회의 수석대리인’이라고 희롱해도 법정모독죄로 감치되지 않는다는 것도 배우게 됐다.

국민들 앞에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말한 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은 대통령을 통해서 배웠고,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라도 여론전이나 '프레임 전쟁'에서 이기면 팩트 체크나 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일부 언론을 통해 배웠다.

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불구속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통해 여전히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이 기업보다 더 무서운 무소불위의 권력의 원천임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공화국이라고 외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그게 아니라는 게 증명된 셈이다.

특검의 지난 80여일을 되돌아봤다. 특검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신성불가침 영역’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도 배우게 됐다.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집단이 하나의 방향으로 향해 갈 때 생길 수 있는 여론재판의 무서움도 알게 됐다.

특검은 그 스스로를 정의했던 법률조차도 무의미할 정도로 여론에서만큼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됐다. 정작 국정농단의 핵심사안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삼성 특검으로 변질되도 비난을 해서는 안됐다.

이 법 제2조의 ‘특별검사의 수사대상’ 1호에서부터 그 아쉬움은 드러난다. 이 법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대상 항목은 모두 1~15호까지다.

그런데 1호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청와대 관계인이 민간인 최순실(최서원)과 최순득 장시호 등(중략...)에 국가기밀 등을 누설한 의혹사건’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 비서관’은 이번 특검 기간 중 얼굴도 보지 못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그와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안봉근 전 비서관은 특검 말미에 잠적 99일만에 귀한 얼굴을 보여줬다. 또 특검법 2조 1~8호까지의 사건과 관련한 직무유기, 방조 및 비호사건의 핵심인물인 우병우 전 수석은 특검이 끝낼 때쯤 한번 불러 조사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각되는 수순으로 갔다.

또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15호-인지사건)’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2014년 12월에 터진 이 사건을 그 당시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만 했더라도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차 불러 최순실 모녀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느냐며 혼낼 일도 없었고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치권력에 의한 강압이 아닌 ‘뇌물죄’의 프레임에 갇혀 특검팀은 ‘국정농단’에 대한 핵심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채 미완의 마감을 앞두고 있다.
오동희 산업1부장
오동희 산업1부장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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