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굳게 닫힌 지갑…지난해 가계지출 첫 '마이너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2016년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0.6% 증가했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난해 가구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 들었다. 소득 증가폭 역시 통계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낮았다. 소득양극화도 다시 심화됐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연간 및 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36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통계청이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가계지출은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가계지출은 1.3% 줄었다.

소득도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가구가 한 달 동안 번 돈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늘었다. 소득 증가폭도 관련 통계가 조사된 2003년 이후 가장 작았다.

임금 상승과 공적·기초연금 수급자 확대로 근로소득, 이전소득이 각각 1.0%, 2.1% 증가했다. 반면 재산소득은 저금리 기조로 18.4% 줄었다.


지출의 경우, 가계가 보험료·세금·이자·연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소비에 사용한 월평균 지출액이 255만원으로 0.5% 줄었다.

통계청이 구분한 12개 항목 중 7개 항목에 쓴 돈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교통비가 4.3%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가 줄고 자동차 구입에 돈을 덜 썼다는 설명이다. 저유가 현상으로 가정 연료비가 포함된 주거·수도·광열 지출비도 1.6% 낮아졌다.

가계는 먹고 입는 비용 역시 아꼈다.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의류·신발 지출액은 각각 1.3%, 2.4% 감소했다. 통신비 역시 휴대전화 구입 감소로 전년보다 2.5% 떨어졌다.

반면 담배와 술에 지출한 돈은 5.3% 늘었다. 12개 항목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담배만 보면 7.5% 뛰었다. 2015년 담뱃값이 오른 데 이어 담배 판매량도 크게 낮아지지 않은 탓이다.

보건 지출액은 1.6% 증가했다. 보건 부문은 고령화로 인해 꾸준히 증가세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소비지출이 준 원인으로 자동차 구입비용 감소, 저유가에 따른 교통·주거 관련 연료비 감소를 꼽았다.

기재부 분석에 따르면 두 가지 요소 제외 시 가계지출은 전년 대비 0.4% 증가한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저조한 수치다.

가계지출이 줄면서 평균소비성향도 역대 최저인 71.1%를 기록했다. 가계가 한 달 동안 번 돈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소득이 100만원일 경우 소비 지출액은 71만1000원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만 따로 보면 평균소비성향이 69.7%로 사상 처음 70%대를 밑돌았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양극화는 심화됐다. 소득양극화 지표인 5분위 배율은 4.48로 집계됐다.

2008년부터 쭉 개선된 수치가 악화된 것.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을 하위 20%인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되레 줄었다.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가 한 달 동안 번 돈은 5.6% 감소한 144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2분위 월평균소득은 291만4400원으로 0.8% 줄었다.

고용 둔화로 저소득층에 몰려있는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영세자영업 경쟁 심화도 겹쳐 근로·사업소득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와 4분위 소득은 각각 2.1%, 1.3%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의 소득, 소비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전체 지표에도 영향 주고 있다"며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득 정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기 반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