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소비자 "빠른 재판" vs 사측 "리콜진행 보자"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가르시아 산츠 폭스바겐 독일 본사 경영이사회 이사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 News1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측과 폭스바겐 측이 첫 민사재판에서 공방을 벌였다. 소비자 측은 빠른 진행을 요구했지만 폭스바겐 측은 리콜진행을 이유로 소 취하의 기회도 줘야 하는데 소송이 만능은 아니라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동아) 심리로 24일 열린 소송 5건의 첫 변론에서 폭스바겐 측 대리인은 "(환경부로부터) 리콜 (승인) 명령을 받은 게 2월부터이고 6개월 정도 지나면 상당 부분 (리콜이) 끝난다"며 재판기일을 7월말 이후로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을 냈고 (법인 등이 기소된) 형사사건에서도 상당한 부분을 다투고 있어 증거를 내고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80여건의 (민사)소송이 다 기일이 '추후 지정'인데 그렇게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소비자 측 대리인은 "환경부가 리콜이행 기간인 18개월 동안 리콜이행률을 85%로 높이라고 해서 진행되고 있다"며 "고객들이 리콜을 받고 싶으면 받고 안 받고 싶으면 안 받는 거라서 6개월 안에 (리콜) 성과가 난다는 것은 추측"이라고 반박하며 빠른 진행을 주장했다.

이어 "해외송달 등 때문에 시간이 걸렸지만 이 사태가 터진 지 1년6개월인데 폭스바겐 측에서는 아무런 배상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5100여명의 소비자들은 조속한 변론을 원하므로 신속하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모든 준비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며 "지지부진하게 (사건을 끌고) 갈 수는 없고 중간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하겠다"며 3개월여 뒤로 기일을 잡았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 © News1

폭스바겐 측은 사건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소비자 측 지적에 대해서는 "환경부는 사건 이후 조사를 했는데 올해 초에 결과가 나왔다"며 "검찰도 지난해에 인증담당 임원만 기소하고 (요하네스 타머 사장 등은) 올해 1월에 기소했다. 지연됐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사자 사이에 리콜이 이뤄지고 원만한 해결의 길이 있는데 그걸 놔두고 소송부터 하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며 "소비자에게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 진짜 문제를 보려면 리콜(진행)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소송취하의 기회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소비자 측은 "리콜을 한다고 해서 손해가 없어진다는 것은 폭스바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리콜을 안 받고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경부의) 리콜승인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폭스바겐 측에서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환경부가 제재를 하고 압박했기 때문에 (나중에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폭스바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맞섰다.

소비자 측은 이 사건을 담당했던 환경부의 홍모 과장,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한 교통환경연구소장 또는 연구사, 전문가인 대학 교수, 딜러사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사건의 다음 재판은 오는 6월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편 폭스바겐 측은 지난달 검찰이 요하네스 타머 사장 등을 기소하자 "한국 소비자들께 깊은 유감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련 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모든 리콜 대상 차량에 기술적 조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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