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속전속결' 금감원, 빠른 중징계 결정 속내는

"8시간 동안 이어진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는 체력적으로도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강행군'으로 표현해도 될 만큼 길었던 금융감독원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제재심은 밤 늦게서야 마무리됐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의 소명에 많은 시간이 걸렸던 만큼 의결을 보류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의 선택은 '속전속결'이었다.

금감원은 지난 23일 자살보험금 미지급 3개사에 대한 제재심을 개최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회의는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제재심이 장시간 이어지면 논의시간 및 사안의 중요도 등을 고려해 의결을 보류하고 향후 다시 제재심을 여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금감원은 당일 바로 제재수위를 의결, 발표했다.

제재심 소명은 삼성·한화·교보생명순으로 진행돼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약 2시간의 논의로 중징계 의결을 내놨다는 것은 그만큼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더 끌지 않겠다는 금감원의 의지가 컸다고 해석된다. 한 당국 관계자는 "정권 교체 후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안을 마무리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재심 직전에 교보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건 지급(672억원)을 결정한 점도 빠른 의결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의 기본적인 지급 의무를 준수하게 하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대상 국민에게 꼭 돌려주겠다는 것도 금감원이 제재에 나선 주된 목적이다. 막판 전건 지급을 내놓은 교보생명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제재를 결정했다는 점은 나머지 2개사에도 되도록 빨리 추가 지급을 결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셈법으로 읽힌다.


자살보험금 제재 수위에 이목이 집중됐던 것은 본질적으로는 3사 CEO(최고경영자)의 연임 가능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어서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받은 면책경고는 3년간 금융회사 재직이 제한되는데 금융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진웅섭 금감원장이 전결해 통보할 수 있다.

2011년 흥국생명 이후 생명보험사 임원에 대한 면책경고 의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흥국생명에서 제재 대상은 임원이었던 반해 이번 면책경고 대상은 대표이사라는 점에서 강도가 더 높다.

생보 3사 측면에서는 '오너'와 'CEO'의 차이가 자살보험금 지급 압박에 대한 대응법을 가른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전문경영인인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과 달리 오너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연임 여부가 특히 중요했다. 금감원이 이달 초 신 회장을 비롯해 3사 사장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했을 때 신 회장만 유일하게 금감원을 방문해 소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