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자진출석에도 체포영장 집행…"진술 비협조적"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사진=뉴스1

청와대에 '비선 의료진'이 수시로 드나들도록 도왔다는 혐의를 받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2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이 행정관은 특검의 수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해오다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제 발로 나왔다.

특검팀은 자발적으로 나왔지만 발부된 영장을 계획대로 집행했다. 이에 따라 이 행정관은 조사를 마치면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게 된다. 체포 기간이 끝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진술 태도가 비협조적"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9시 48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이 행정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얼굴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 행정관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을 비롯해 '기치료 아줌마'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비선 의료진이 청와대에 수시로 드나드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이 행정관의 휴대폰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기치료 아주머니 이상 없이 마치고 모셨습니다' '주사 아주머니는 도착해서 준비되는 대로 인터폰 하겠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청와대를 드나들며 박 대통령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고, 이 행정관이 이 과정에 개입한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다. 특검 역시 관련 정황을 포착, '주사 아줌마'로 알려진 백모씨를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특검은 또 이 행정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에게 차명 휴대폰을 개설해 준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조사 결과 박 대통령과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뒤로 드러난 이후에도 차명폰을 이용해 570여 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 행정관의 군대 후임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차명폰을 개설, 박 대통령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차명폰에 대해서도 이 행정관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다른 차명폰의 존재 여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전날 비선진료 관련 혐의 등으로 이 행정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출석 통보에도 이 행정관이 응하지 않자 체포라는 강수를 뒀다. 특검이 공개적으로 체포 방침을 밝힌지 하루 만에 이 행정관은 모습을 드러냈다.

특검이 발부받은 이 행정관의 체포영장엔 비선진료 혐의 외에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한 부분도 포함됐다. 특검 관계자는 "(이 행정관 체포영장 혐의에) 국회 청문회 불출석 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선진료 부분에 있어 마지막 필수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행정관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을 구입하는 영상에 나온 인물이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서 이 행정관은 휴대전화를 자신의 셔츠로 닦아 최씨에게 넘겨줬다. 이 행정관은 지난달 12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한편 특검은 비선 진료 의혹과 관련해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재소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 박 대통령 단골 미용사로 알려진 정모씨를 얼마 전 비공개로 소환해 '미용 시술' 의혹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