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능가하는 유로존의 경제 성장세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유럽대륙 19개 나라를 포괄하는 유로존의 중앙은행 정책금리는 마이너스(-) 0.4%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여기에 더해 매달 800억유로에 달하는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죠. 4월부터는 월간 규모가 600억유로로 줄어들 예정이지만,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이러한 초고도 통화부양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중앙은행이 정해 놓은 정책금리는 0.50~0.75%입니다. 제로에 가깝던 금리를 이미 두 차례나 인상했죠. 이르면 다음달에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존에 양적완화로 풀었던 돈을 이르면 연내에 거둬들이는 구상도 최근 들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긴축에 가속도가 붙겠죠.

이렇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만 보면 미국은 경기가 굉장히 좋고, 유로존은 여전히 형편없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릅니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마킷(Markit)이 집계한 유로존의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 들어 드디어 미국의 수치를 추월했습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 봤더니 민간 기업들이 체감한 경기가 모두 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미국 민간 기업들의 경기 체감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유로존은 그보다 더 강했습니다.

이미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들어 미국을 넘어섰습니다. 200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죠. 한 해 동안 1.7% 성장해 미국의 1.6%보다 높았습니다. 그 추세가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왜 유로존은 계속해서 깊은 마이너스의 정책금리를 적용하면서 동시에 엄청난 돈을 풀고 있는 걸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와 고용 특히 물가의 회복세에 아직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올해 유로존에서 줄줄이 중요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음달에 네덜란드 총선이, 4~5월에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오는 9월에는 독일 총선이 각각 치러집니다.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정치세력들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섣불리 돈줄을 죄었다가 선거를 전후해 경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을 받으면 큰일이죠. 그래서 중앙은행이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선거가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처럼 무난하게 끝나고, 경기는 지금처럼 계속 강한 모멘텀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중앙은행이 갑자기 돈 줄을 죄겠다고 나설 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장금리와 환율이 주가와 함께 요동을 칠 수도 있습니다. 이 역시 지난해와 올해를 상징하는 ‘정치 불확실성’의 일종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