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대출담보' 벼랑끝 中企의 '동아줄' 정책자금

#경북 경주에 위치한 플랜트장비·부품 제조업체 대림에스앤티(옛 유니콘에스앤씨)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2년 부도가 났다. 당시 공장의 총괄책임자던 김 량 대표는 남은 직원들과 회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직전 3년간 망가진 재무제표가 회사 재기의 발목을 잡았다. 공장을 돌리고 원·부자재를 사려면 돈이 필요했지만 금융기관들은 재무제표의 ‘숫자’만 보고 번번이 퇴짜를 놨다.
김 대표는 2014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투·융자복합금융자금’은 재무제표보다 기술사업성으로 평가한다는 걸 알게 됐다. 중진공을 찾아간 김 대표는 회사의 특수기술과 납품실적으로 재기 가능성을 설득, 약 4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경영안정화에 성공했다. 대림에스앤티의 지난해 매출액은 부도 직전의 10배 규모인 110억원을 기록했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중소기업청과 중진공의 정책자금은 ‘최후의 보루’다. 담보력 등 대출회수 가능성부터 따지는 금융기관과 달리 중진공은 사업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직접 자금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수요지수는 1분기 19에서 4분기 30으로 꾸준히 높아진 반면 대출태도지수는 ‘-6’에서 ‘-30’까지 곤두박질쳤다. 중소기업의 자금수요는 커지는데 은행들은 대출을 점점 더 꺼린다는 의미다.

중기청과 중진공은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정책자금 4조5100억원을 전국 2만1224개 중소기업에 저리로 공급했다. 일반 금융기관이 재무구조와 신용등급 위주로 대출을 결정하는 것과 달리 중진공은 특화한 기업평가등급시스템으로 기업을 직접 평가하고 지원을 결정한다. △미래 성장가능성 △연구·개발 투자 △기술사업성 △시장경쟁력 △CEO(최고경영자) 경영능력 등을 기준으로 기술사업성을 평가한 뒤 등급을 부여한다. 재무제표와 신용평가 반영도는 약 10~20%에 그친다.

대출금리도 중소기업에 우호적이다. 중진공이 발행하는 중소기업진흥채권 조달금리에 따라 대출금리를 결정하되 경기상황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실제 중진공의 지난해 4분기 채권 조달금리는 3.37%였지만 실제 정책자금 기준금리는 2.47%였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3.61~3.77%)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았다. 특히 은행들은 10억원 이상의 대출엔 예금담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담보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상환기간도 3~8년을 보장하는 정책자금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중진공의 정책자금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은 대부분 매출성장과 고용증대 등 성과를 냈다. 중진공에 따르면 2015년 창업기업지원자금을 받은 중소기업의 1년 뒤 평균 매출증가율은 23.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투·융자복합금융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평균 매출액도 11.8%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 제조업의 평균 매출증가율이 -3.9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한 만한 성과다. 자금 지원을 받은 업체들의 신규 고용창출도 2014년 5만675명, 2015년 6만615명으로 집계됐다. 지원 전 대비 업체당 평균 8.7% 증가했다.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은 “중소기업들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 공정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자금을 운용한다”며 “중진공만의 기술성평가로 우수 중소기업의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