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의 꽃' M&A 전문가 된 영문학도

김성원 신한은행 기업금융부 M&A팀 차장 /사진제공=신한은행

국내 영화 VFX(시각적 특수효과·Visual Effects)업체 매드맨포스트는 지난해 직원 월급을 밀릴 정도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영화 터널을 비롯해 다수의 국내외 영화 CG(컴퓨터그래픽)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지만 투자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매드맨포스트를 위기에서 구한 건 신한은행 M&A(인수·합병) 마케팅팀이었다. 신한은행은 화이브라더스를 투자자로 연결시켜줬고 매드맨포스트는 재기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글로벌 진출 기회를 얻었다.


신한은행 M&A팀에서 매드맨포스트를 도운 핵심 인물이 김성원 신한은행 기업금융부 M&A마케팅팀 차장(40)이다. 김 차장은 기업금융에서도 전문분야로 통하는 M&A부문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M&A 전문가는 아니었다.

대학 졸업후 2003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김 차장은 부천 기업금융센터, 용산 금융센터, CIB(기업금융)영업본부 등 기업영업 관련 부서에서만 근무했다. 입행후 경험을 보면 변호사, 회계사는 아니더라도 MBA(경영전문대학원) 출신이나 경영학, 경제학을 전공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대학 전공은 영문학이다. 대학 때 수강한 과목도 대부분 문학, 언어 관련이고 금융 관련 과목은 ‘회계원리’가 전부였다.

‘회계 콤플렉스가 있다’고 말하는 김 차장은 부족함을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채웠다. 김 차장은 입사 후 처음 기업점포에 배치받은 이후 회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은행이 마련해준 연수, 주말 프로그램이 김 차장의 배움터였다. 애정을 가지고 기업을 바라보려고 노력했고 하나의 기업을 깊게 분석하는 습관을 들였다. 꾸준한 노력으로 기업금융에 대한 노하우도 쌓였다. 경영학도에게도 낯선 선박금융, 구조화금융 등 전문영역도 별 어려움 없이 적응했다.

하지만 김 차장은 2008년 키코사태를 겪으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다. 키코사태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이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자 은행에 막대한 환차손을 지급하게 된 상황을 말한다. 김 차장은 “당시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대표를 만나 담판을 짓고 해결했지만 해결책을 찾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뼈저리게 배웠다”고 말했다.


김 차장이 일을 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고객의 가치’다. 김 차장은 거래규모가 20억~50억원으로 작아 많은 수수료를 기대할 수 없는 회사라도 기술이 있다면 기꺼이 자문업무를 수행한다. 김 차장이 올해초 열린 ‘2016신한은행 업적평가대회’에서 신한웨이(WAY)상을 수상한 것도 낮은 수수료, 높은 불확실성으로 외면받던 중소기업 M&A시장을 개척한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신한웨이상은 신한은행 직원 1만2000명 중 ‘따뜻한 금융’이라는 은행의 핵심가치를 실현한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김 차장은 “단순히 수수료가 목적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를 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생각하면 다양한 비즈니스가 파생되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며 “고객과 함께 커나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어다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