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불충분?" 공운위…서종대 해임건의안 보류 논란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김사무엘 기자
서동욱 기자
박경담 기자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감정원,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6.10.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해임 건의'가 보류되면서 서 원장에 대한 면죄부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기획재정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국토부가 제출한 서 원장 해임건의안을 보류했다.

이날 참석자들에 따르면, 서 원장이 잘못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관장 해임건의를 인용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징계는 임기종료 이후에도 가능한 만큼 보강조사해 추후 논의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공공기관운영법 35조에 따르면 공공기관 주무부처장은 직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게을리한 경우 임명권자에게 해임을 건의·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다만 기재부측은 공운위 개최사실은 물론 해임건의안 보류사유에 대해서도 "개인 인사사안"이라는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이에대해 국토부가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제식구'인 서원장에대해 해임을 건의한 것인데 공운위가 증거불충분으로 이를 보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원장은 행시 25회로 건교부 주택국장, 주거복지본부장, 행복도시 건설청 차장 등을 지낸 국토부 출신인사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해임의결권을 가진 공운위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공운위원들이 공공기관장의 직원 성희롱 사건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공운위원은 민간위원 9명과 기획재정부 장관(당연직), 국무총리실 차장(당연직), 위원장(기재부장관)이 안건별로 지명하는 관계부처 차관과 외청 차장 등 8명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한다.

민간위원은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상철 부산대 교수, 장영철 숭실대 교수,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김종수 포커스뉴스 편집국장, 백헌기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상임부대표, 김홍기 삼일회계법인 대표,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다.

서 원장의 임기는 내달 2일까지다. 한국감정원 정관에 따르면 원장은 임기가 만료된 뒤에도 후임자가 결정될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3월2일 이후에도 후임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직을 유지하게 돼 서 원장에 대한 해임절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후임자가 정해지면 해임이 아닌 임기만료로 물러난다.

국토부는 이달중 후임자 5명을 추려 공운위에 추천할 예정인데, 만약 공운위가 후임자를 먼저 선임할 경우 서 원장 해임은 어려워진다. 법 위반 등으로 해임될 경우 3년 이내에 다른 공공기관 장으로 임명될 수 없고 불명예 퇴진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서 원장은 자진 사퇴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원장 해임을 촉구해 온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보류된 것이지 부결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자진사퇴나 임기만료가 아닌 해임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역시 서 원장의 임기 만료 전에는 해임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별개로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도 지난 23일 감정원에 서 원장을 징계하거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감정원이 시정 지시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서 원장은 지난해 11월 3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고깃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감정원 여직원에게 "넌 피부가 뽀얗고 몸매가 날씬해서 중국부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나선 국토부는 서 원장의 발언이 남녀고용평등법상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하고 공운법상 해임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 공운위에 해임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