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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가짜뉴스를 만드는 사회

광화문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입력 : 2017.02.28 03:20|조회 : 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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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대통령이 일선 학교에서 국민의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역배우를 썼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국가에 무기를 판매했다.’

 지난 미국 대선기간에 여론 흐름에 민감한 영향을 미친 기사들이다. 기존 매체를 흉내 낸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사실이 밝혀진 건 그 이후다.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퍼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뉴스들이다.

 국내에서도 가짜뉴스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경찰 113명이 부상했고 경찰버스 50대가 부서졌다’ ‘XXX 후보가 집권하면 발표될 내각 명단’ 등 대통령 탄핵심판에 따른 혼란정국을 틈타 가짜뉴스들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 마구잡이로 확산됐다. 조기대선이 현실화하면 가짜뉴스들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해외든 국내든 가짜뉴스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 혹은 상업적 의도로 작성돼 전파되는 가짜 기사나 가짜 언론 사이트다. 하지만 분류가 간단치 않다. 우선 검증 없이 특정 정치적 의도로 작성됐거나 의도는 없지만 사실과 다른 기성매체의 기사까지 가짜뉴스에 포함해야할까. 사실처럼 떠도는 ‘찌라시’(정보지)는 또 어떤가. 경우는 다르지만 가짜뉴스 논란의 진앙지인 미국 사회에서도 그 개념을 두고 헛갈리는 모양새다. 당선 과정에서 가짜뉴스 덕을 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기사들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한다. 맘에 들지 않으면 가짜뉴스로 치부해버리는 일은 국내 정치권에서도 흔하다.

 가짜뉴스의 개념조차 모호한데 과연 법·제도적으로 처벌규정을 만들 수 있을까. 개념 범위를 넓힌다면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수밖에 없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반대로 사전적 의미로 규제한다면 실효성이 있을까.
 
[광화문]가짜뉴스를 만드는 사회

 근본적으로 가짜정보가 쉽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사회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미디어를 집대성한 네이버 뉴스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링크 하나로 수많은 정보를 실어나르는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정보소비자들의 정보편취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어느새 우리는 자신의 정치성향이나 가치관과 유사한 정보나 뉴스를 쉽게 받아들인다. 그것이 과장됐거나 잘못된 정보라도. 기사든 찌라시든 형태는 의미 없다. 그저 보고 싶고 믿고 싶은 정보만 섭취하는 게 일상화했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심리적 보상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자신과 유사 의견을 사실로 받아들임으로써 인지 부조화의 간극을 메꾸고 자기 태도를 더욱 굳힌다는 얘기다. 신뢰 기반이 무너졌거나 인종이나 사상, 종교 등으로 내적 갈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다고 한다. 탄핵정국 상황에서 국론 분열이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합리적 이성으로 보면 누구나 뻔한 가짜정보가 손쉽게 사실로 둔갑한다.

가짜뉴스를 어떻게 처벌할지보다 사회시스템의 신뢰회복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가짜뉴스가 제대로 통할 리 없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합리적 이성은 법치에 근간한다. 이를 최선두에서 수호해야 할 대상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다. 그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들이 헌법 재판에서 법리논쟁 대신 태극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집회에 나가 헌재 결정 불복종을 암시하듯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 가짜뉴스보다 더 위험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성연광
성연광 saint@mt.co.kr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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