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IT株 판 외국인, 유통株 쇼핑하다

외국인이 2월 들어 IT주에 대한 대대적인 차익실현에 나선 가운데 장바구니에 유통주를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강세와 더불어 대선 이후 소비심리 회복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유통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8.60포인트(0.41%) 내린 2085.52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2256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는데 이 가운데 IT업종 순매도가 2464억원으로 전체 순매도 규모를 상회했다.


2월 코스피 외국인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6749억원)와 SK하이닉스(4906억원)였다. 반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롯데쇼핑(1991억원)이다. 외국인은 롯데쇼핑 외에도 이마트(1008억원) BGF리테일(542억원) 등 유통주를 비중 있게 담았다. 2월 들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자 포트폴리오 변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시장 주도주인 SK하이닉스가 연초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반면 이마트(14.8%), BGF리테일(29.5%), GS홈쇼핑(26.1) 등은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대선 이후 유통주 뜬다=최근 유통주 강세를 IT와 경기민감주가 주춤한 틈을 탄 단기 트레이딩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유통주의 반등을 긴 호흡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통업종의 실적 개선에는 소비 회복이 핵심인데, 탄핵 결정 이후 소비가 반등할 거란 시각이 우세해서다. 특히 대선 직후 소비심리의 반등 효과가 클 거란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 소비성향은 71.5%로 일본(74%)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2007년, 2012년 세 차례 대선 직후에 소비심리 회복이 극명했다. 2007년과 2012년 대선 후에는 소비성향이 평균 3% 포인트 급등하기도 했다. 새 정부·정책 기대감이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며 소비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백화점의 구매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6~9개월간 소비 증가로 유통업체 지수는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경향을 나타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은 소비를 진작시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대선 이후 소비성향 회복으로 유통업 지수는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까지 시장을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점화된 가격 전쟁, 승자는?=지난해 말부터 금리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각종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업체에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지만 동시에 '가격전쟁'을 재점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이마트는 경쟁업체의 주간 가격을 추적해 해당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정책을 실시해왔다. 최근에는 '가격의 끝' 정책 1주년을 맞아 상품 품목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는 자사 기저귀 제품이 더 저렴하다고 반박하고 나서며 가격전쟁의 재점화를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마트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강점을 보이는 기저귀, 분유 등 일부 품목에서만 최저가 경쟁에 나선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격의 끝' 품목 확대로 소셜커머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이마트의 의지라는 것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저가 경쟁에 따른 온라인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지만 결국 자본력이 뒷받침된 이마트가 승자가 될 것"이라며 "위메프는 자본잠식 상태이고 쿠팡, 티몬도 치킨게임을 계속하긴 어려워 올해 이마트몰의 총 매출은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