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조윤선 재판 오늘 시작…朴 관여 드러날듯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모습/사진=홍봉진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나란히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에 대한 첫 재판이 28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57),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51)에 대한 첫 공판준비절차를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는 없어 김 전 실장 등이 법정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입장을 들은 뒤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향후 재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관여 정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범'이자 '최종 지시자'로 지목했다. 다만 현직 대통령 신분이어서 기소중지 처분했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3년 하반기부터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 김 전 실장 지시에 따라 각 수석비서관들은 이듬해 초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좌파 단체 지원 현황을 정리했고 3000여 곳을 '문제 단체'로 지정, 8000여명을 좌편향 인사로 분류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 문서는 곧 블랙리스트가 됐다.

2014년 6월부터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에 따라 실제로 특정 인사들이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문건을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문체부로 내려보냈고 조치 사항을 수시로 보고받은 뒤 관련 내용을 김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상황을 모두 보고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기간이 이날로 끝나는 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보강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어서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