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 '이윤창출' 정관서 삭제한 SK

"회사는 이해관계자간 행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SK (162,000원 ▲1,300 +0.81%)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잇따라 전통적인 기업의 핵심 가치인 '이윤창출' 대신 행복·조화·균형과 같은 키워드를 정관에 넣는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장기적으로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그룹 전체에 뿌리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주)SK와 SK하이닉스 (179,800원 ▲8,800 +5.15%), SK텔레콤 (51,100원 ▲200 +0.39%) 등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각각 이사회 의결을 통해 기업의 추구가치와 기업관 등을 중심으로 정관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

변경된 내용 중에서도 SK그룹의 '추구가치'에서 이윤창출이 삭제된 부분이 눈에 띈다. 기존에는 "기업의 미래성장을 위해 충분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고 정관에 명시돼 있었던 것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바꿨다.


회사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들과 관련된 정관도 바꿨다. 기존에는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증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변경된 정관에서는 행복·조화·균형을 이룰 수 있게 회사가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SK그룹이 기업관·추구가치 등 정관을 전 계열사에 걸쳐 공통적으로 바꾸는 것은 2008년 5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지난해 10월 SK그룹의 경영 매뉴얼인 SKMS(SK경영관리체계)를 개정한 뒤 올해 기업 정관에도 함께 반영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MS에 이어 기업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정관에도 반영하는 것은 명실상부하게 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SKMS가 처음 만들어진 1979년에만 해도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의 핵심 추구가치는 '이윤 극대화를 통한 영구 존속과 발전'이었다. 고 최종현 창업주의 경영 이념이기도 했다. 하지만 약 38년만에 이윤창출 대신 행복추구와 사회적 가치를 전 그룹에 걸쳐 강조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이해 관계자들의 행복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행복경영'을 제창해 강조해 왔다.

SK그룹 관계자는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부작용이 큰데 기업이 돈을 버는 것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점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시하고 있다"며 "길게 보고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최 회장의 염려가 반영돼 경영철학이 더 강화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기업 정서가 커져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업 스스로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내세우는 것이 성숙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이윤 창출을 추구하더라도 스스로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을 전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