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보밤초' 3·1절 청와대 행진…법원 "촛불행진도 허용"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6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와 특검 연장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공휴일인 3·1절 낮에는 보수단체, 밤에는 촛불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찬반 양측 시위대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셈이다. 양측 모두 3·1절 청와대 방면 행진을 허가받았다.

◇청와대 방면 행진…보수단체는 '낮' 촛불은 '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3월1일 청와대 방면 행진을 위한 도로를 선점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뒤늦게 행진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금지 통보를 내렸다. 행진 방향이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원이 옥외집회금지 집행정지 일부 수용 판단을 내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퇴진행동도 촛불집회 본행사가 끝나는 오후 7시부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은 1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세종대로 로터리에서 출발해 광화문 교차로, 정부청사 교차로, 효자로, 창성동별관, 자하문로 일부(16길 21)로 이어지는 '촛불행진'을 허가했다. 탄기국과 겹치지 않는 동선이다.


또 같은 시각 세종대로 교차로에서 출발해 광화문 교차로, 경복궁 교차로까지 구간과 안국동 교차로에서 율곡로 룩센트 인코포레이티드 건물 앞까지도 행진이 허용됐다.

◇촛불집회 "변질된 태극기 의미 되찾는다"

경찰은 양측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인근에서 뒤섞이면서 충돌할 수 있다고 보고 긴장 속에 대비책을 준비 중이다. 퇴진행동의 촛불집회는 탄기국 행진이 진행된(오후 2시30분~4시) 후인 오후 5시부터 진행된다. 탄기국은 광화문 광장을 감싸는 방식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퇴진행동 주최 측은 이날 18차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들고 나오라고 요청했다. 3·1절을 맞아 태극기의 원래 의미를 되새기자는 뜻이다.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오며 그 의미가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대신 태극기에 세월호 참사 추모 상징인 노란 리본을 달아줄 것을 주문했다. 지척 거리에서 보수집회가 열리는 만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서 3·1절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를 재연할 계획이다.

안진걸 퇴진행동 공동대변인은 "그동안 같은 시간대 집회가 있었어도 충돌이 발생한 적은 없다"며 "탄기국 쪽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난입하지 않는 이상 부딪힐 일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적절히 분리조치를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탄핵반대 탄기국 "최대 700만명 참석할 것"

탄기국도 3·1절 의미를 되새기며 태극기 국민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세종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서울역과 동대문 방향 약 4.8㎞ 구간 도로에서 집회를 연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500만~70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참석할 것"이라며 "도로에 100여개의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행진 후 본 집회 장소로 돌아와 오후 8시까지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버스를 활용한 차벽을 세워 양측 집회 참가자 간 충돌을 막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 광장은 진보 측이 신고했고 보수 측은 청와대 주변 쪽으로 행진이 신고돼 있다"며 "차벽과 경력(경찰병력)으로 최대한 마찰이 없도록 현장에서 조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