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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금감원의 승리와 한국 금융의 퇴보

광화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7.03.03 04:53|조회 : 1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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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가 금융감독원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금감원의 사상 유례없는 초강력 제재에 법 논리를 앞세웠던 삼성·한화·교보생명이 무릎을 꿇었다. 보험 계약자의 이익을 대변한 금감원이 옳았다며 ‘해피엔딩’을 선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이번 사건은 석연치 않은 몇 가지 문제점, 혹은 과제를 남겼다.

첫째, 제재의 근거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011년부터 시행된 보험업법상 기초서류(약관) 준수 의무와 보험금 감액 또는 부지급시 설명 의무 위반을 중징계의 근거로 삼았다. 문제는 한화·교보생명이 개정 보험업법이 시행된 2011년 이후 자살보험금은 지급했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처음 자살보험금 지급을 권고한 날로부터 2년 전인 2012년을 기준으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고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금감원의 제재 근거가 생긴 2011년 이후 자살보험금은 지급했으니 금감원이 빅3 생명보험사에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빅3가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느라 소멸시효가 지난 만큼 소멸시효에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게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제재의 적정성 문제가 나온다. 2011년 이전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인데 도의적 책임에 “회사가 망할 정도”(보험업계 관계자)의 중징계가 적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빅3는 재해사망보장이 들어간 보험을 1~3개월간 팔지 못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종신보험 등 거의 모든 보장성 보험엔 재해사망보장이 들어간다. 사실상 월초 보험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보장성 보험을 팔지 말라는 얘기다. 게다가 보험사는 1~3개월간 실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보험 상품을 팔지 못하면 우수 설계사들이 경쟁사나 보험대리점(GA)으로 이탈해 영업조직이 무너진다.

물론 금감원은 2014년에 처음 자살보험금 지급 권고를 내린 만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데 대해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금감원은 빅3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고의적이라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ING생명은 똑같이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하고도 2014년에 과실로 인정받아 4900만원의 과징금만 부과받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메트라이프 등 5개 생보사에 대해서도 100만~600만원의 과징금만 부과했다. 전액 지급을 결정한 생보사와 전액 지급을 거절한 빅3 사이에 제재 수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게 금감원 설명이다. 타당한 논리지만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고 제재 근거도 같은데 전액 지급과 일부 지급 사이에 이 정도로 큰 징계 차이를 둘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금감원은 빅3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가 크다는 지적도 하지만 이 논리를 따른다면 법 위반 정도보다 회사 덩치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지게 된다.

[광화문]금감원의 승리와 한국 금융의 퇴보
금감원 책임론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문제의 보험이 처음 만들어진 게 2001년이다. 금감원이 문제의 상품에 약관 실수가 있음을 인정하고 표준약관을 수정한 것이 2010년이다. 표준약관을 수정하기 전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금감원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자살보험금 사태에 금감원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는데 금감원은 칼자루만 휘두를 뿐 과거사에 대해선 그때 그 자리에 없어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자살보험금 사태로 금감원은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한국 금융은 최소 10년 이상 퇴보했다고 본다. 금감원이 법을 뛰어넘어 한 회사를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증명된 이상 금융회사들은 더더욱 금감원의 눈치를 보며 지시하는 일만 하려 할 것이고 금감원이 자율로 하라, 창의를 발휘하라,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빅3가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제재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적정성과 형평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괘씸죄’에 걸렸다거나 ‘여론재판’에 밀렸다는 인식을 줄 뿐이다. 여론과 법 논리는 때로 다를 수 있다. “권력자가 자기 지위를 자의적으로 사용하면 우리는 패배한다.”(메릴 스트립의 지난 1월8일 골든글로브 공로상 수상소감 패러디. “권력자가 자기 지위를 타인을 괴롭히는데 사용하면 우리는 패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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