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글로벌 9위'도 일감 바닥…고사위기 직면한 중소조선사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사상 초유의 '수주절벽'에 중소조선업계도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폐업한 소형 조선사들이 속출한데다, 한때 글로벌 9위 까지 오른 '작지만 강한' 성동조선해양 등도 올해 안에 일감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성동조선의 현재 수주잔량은 22척으로 이 물량 대부분은 10월 전후로 바닥이 날 전망이다. 도크를 돌리는 일감이 끊어진 가운데 1년 가까이 신규 수주물량은 한 건도 없는 상태다. 10월 전까지 신규수주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동조선 채권단은 회사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라며 "일감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청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은 지난 2일부터 일감이 줄어든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또 다른 중견 조선사 SPP조선은 지난달 마지막 남은 석유화학제품선 한 척을 인도하고 사실상 문을 닫았다. 신규 수주가 없어 일감이 고갈된 탓이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SPP조선의 잔여 근로자 240여명을 해고하고 자산관리 인력 일부만 남겨둔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성동조선과 SPP조선의 일감 고갈에 따라 중소조선업계 위기는 올해 최고조로 치달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동조선과 SPP조선은 한때 수주잔량 기준 각각 글로벌 9위, 28위 까지 오른 대표 중소조선사다. 이들마저 일감 부족으로 회사 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왔다는 지적이다.

군용 함정 건조에 특화된 한진중공업 (3,060원 ▼35 -1.13%)과 소형 특수선 건조가 경쟁력인 대선조선은 지난해 10척 안팎의 수주를 해 그나마 상황이 낫다. 수주가 끊겼던 대한조선도 올해 연초 10만톤 급 안팎 탱커선 2척을 수주해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이미 다수의 조선소가 일감부족으로 사실상 폐업에 들어간 데다 전 세계적 수주 반등 조짐도 강하지 않아 위기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통영에 기반을 둔 신아SB와 21세기조선, 가야중공업, 삼호조선 등은 폐업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 근로자 중 12% 가량이 중소조선사에 근무한다"며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은 물론 여객선과 경비정 등 다양한 선박을 건조하는 중소조선사 위기는 조선업 전체 생태계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