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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신한금융 회장의 '보시'(布施)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03.06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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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성공한 대통령이 드물고 퇴임 후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20년 가까운 우리나라 금융지주 역사에서 성공한 금융그룹 회장을 찾아보기 쉽지 않고 퇴임 후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말년을 즐기는 사람도 드물다.

대통령이든 금융그룹 회장이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의 말년이 성공적이지도 행복하지도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년에는 이미 얻은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얻은 것을 놓지 않으려 하고 누구도 믿지 않는다.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게 놓아버리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진정으로 놓아버리는 것을 ‘보시’(布施)라고 한다.

놓아버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안다. 보시는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과 마음 수양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신한금융 후배들에게 큰 보시를 했다. 한동우 회장은 만 70세까지 회장을 맡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욕심을 부리면 2년 가까이 더 자리를 지킬 수도 있었다. 또 재일교포 주주들은 그에게 하다못해 명예회장이라도 맡아 그룹 경영에 관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대신 그는 고문자리 하나 달랑 맡았다.

2010년 ‘신한사태’의 와중에 취임한 한동우 회장은 내부 갈등을 풀고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1등 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다졌다. 그 결과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9년 연속 순익 1위를 지켰다. 글로벌화 및 디지털 전략에도 공을 들였다.

한동우 회장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모든 것을 다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우도 범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일은 계열사 사장에게 맡겼다. 사심을 품고 정치권력에 기웃거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최순실 사태와 같은 엄청난 정치스캔들이 터져도 신한금융과 관련해서는 소문 하나 나는 게 없다.

이런 처신으로 그는 재임 6년 동안 1등 금융그룹의 자리를 지켰고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건강을 해치지도 않았고 마니아 수준으로 골프도 즐겼다.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유지한 흔치 않은 경영자였다.

최고경영자의 핵심 책무는 후계자를 양성하는 일이다. 한동우 회장은 일찍이 조용병-위성호 두 사람을 찍어 중책을 맡기고 그들의 능력을 시험했다. 외국어를 잘하고 포용력이 있는 조용병에게는 합작사인 자산운용사를 맡긴 뒤 은행장으로 불러들여 훈련을 시켰고 돌파력이 뛰어난 위성호에게는 경쟁이 치열한 카드업을 맡겼다. 두 사람 모두 기대에 부응했다. 한 회장은 조용병에게는 회장직을, 위성호에게는 은행장직을 맡기는 결단을 내린다.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다. 6년 전 충격적인 ‘신한사태’를 겪은 신한금융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행여 1%의 가능성이라 해도 우려되는 게 바로 조용병-위성호의 불화 가능성이다. 몇 년 뒤 지금 한동우 회장이 선택한 ‘조용병 회장-위성호 행장’ 카드가 분란의 씨앗이 되는 건 아니냐는 걱정이다. 두 사람이 서로 연배도 비슷하고 늘 경쟁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우일지 몰라도 위성호 행장 내정자가 임기 만료되는 2년 뒤에. 아니면 조용병 회장 내정자의 임기가 끝나는 3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동우 회장의 ‘보시’가 완성되는 것은 결국 조용병-위성호 두 사람한테 달렸다. 전임자가 보여준 보시의 정신을 신한금융의 전통으로 계승하느냐가 관건이다. “큰 공을 이루고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은 반드시 그 마지막 길을 미리 살펴야 한다. 성공이 선물하는 부작용인 자만은 순식간에 기업도 개인도 몰락시킨다.” 힘든 일이겠지만 조용병-위성호 두 사람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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