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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 많던 한진해운 물량은 누가 먹었을까

기자수첩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입력 : 2017.03.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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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한진해운의 중국 상하이법인을 찾았을 때다. 세계 1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하이항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선사간의 치열한 경쟁을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기자를 안내해주던 한진해운 직원은 상하이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곳은 냉정하다. 글로벌 수위 기업 중 어느 한 곳이 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나머지가 살아남으까." 그는 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꼽히고 있다며 넌지시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타국처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결국 글로벌 선사들의 희망사항은 현실이 됐다. 그때 이 말을 했던 직원도 정말 한진해운이 망할지는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한진해운의 파산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된 스토리의 끝일 수 있다.

한진해운이 망한 지금 글로벌 선사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아직 실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한진해운이 빠진 만큼 점유율은 소폭 올랐다. 1월 북미항로의 경우 현대상선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1.64%포인트 올랐지만 한진해운이 가졌던 점유율(7.13%)을 모두 흡수하진 못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 관계자는 "한진해운 물량을 다른 국적 선사로 모두 옮겼다"며 "아직 본사에서 한국 선사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코스코가 차이나쉬핑을 인수하면서 점유율도 대부분 갖고 간 것과는 차이가 난다.

결국 한진해운의 파이를 잘라 다른 국가 선사들에게 남겨준 꼴이 됐다. 글로벌 1위 머스크의 임원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의 파산과 기업들의 합병으로 올해 해운업계가 더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증시에서도 한진해운 효과는 나타난다. 한진해운이 12원이라는 초라한 주가로 증시에서 퇴출되던 지난 7일 일본 대표 선사 3곳(NYK, K-라인, MOL)은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머스크도 최근 1년 중 가장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선사 3곳은 현재 컨테이너 부문을 합병하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최근의 주가도 이같은 구조조정이 반영된 영향이 크지만 한진해운이 사라진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구조조정에 한진해운 파산과정이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한진해운의 역사는 이미 끝났다. 그리고 한진해운에 실렸던 유산은 예상대로 다른 국적선사가 가져갔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잘못된 경영과 정부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한진해운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보존하는 길이다.
[기자수첩]그 많던 한진해운 물량은 누가 먹었을까

김남이
김남이 kimnami@mt.co.kr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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