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빨라지나…"올해 4번 올릴 가능성 20%"

미국 기준금리 추이/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3번이냐, 4번이냐…이제 중요한 건 금리인상 속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5일(현지시간) 올해 첫 금리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전제로 이미 자금 흐름이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FRB가 금리인상에 얼마나 더 속도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월 고용지표가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FRB가 14~15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0.50~0.75%인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올릴 게 확실하다고 본다. CME그룹에 따르면 미국 금리선물시장이 본 가능성은 90%에 달한다. 지난달 말에는 30%에 불과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글로벌 자금이 이미 FRB의 금리인상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와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등에서 돈이 빠져나오는 반면 은행주, 달러자산 등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금 선물가격은 지난 주말까지 9일 연속 하락, 2월 말에 비해 4% 이상 떨어졌다. S&P선진국리츠지수는 같은 기간에 5% 하락했다. 반면 MSCI 세계은행주지수는 2% 넘는 랠리를 펼쳤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2개월 고점에 도달했다.

달러 강세 기대감에 엔화 약세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일본 수출주도 승승장구했다. 토요타는 3월 들어 2% 넘게 올랐다. 덕분에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주말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게미 요시노리 JP모간자산운용 글로벌 시장투자 전략가는 "미국 금리인상 전망이 급증하면서 세계 자금 흐름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FRB의 15일 금리인상 여부는 더 이상 문제될 게 없어졌고 이후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공산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FRB가 예고한 대로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3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4번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선 그 가능성을 20%로 관측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3번은커녕 1~2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자크 팬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3월, 6월, 9월 등 올해 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지만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위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또 FRB가 오는 12월에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매입한 국채와 주택담보부채권(MBS)의 재투자 중단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FRB가 곧 보유자산 매각에 나서 금리인상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CEO(최고경영자)는 한술 더 떠 FRB가 전처럼 뭔가 잘못될 때까지(침체가 발생할 때까지) 연쇄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봤다. FRB는 2004~2006년에 마지막 긴축에 나섰는데 2004년 6월 1%였던 금리를 2년 동안 17번 인상해 5.25%까지 끌어올렸다. 머지않아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침체에 직면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향방이 불투명해 FRB의 금리인상 속도가 마냥 빨라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2월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도 친성장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의 집권 효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앤드류 챔벌레인 글래스도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기확장이 역대 3번째로 긴 9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같은 고용 증가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