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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씁쓸함만 남긴 전직 대통령의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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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입력 : 2017.03.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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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씁쓸함만 남긴 전직 대통령의 '집으로 가는 길'

12일 저녁 7시16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났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후 55시간55분 만이었다. 온 나라의 축복 속에 청와대에 입성한 2013년 2월25일로부턴 1476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보수 등을 이유로 관저 퇴거를 이틀 넘게 미뤘다. 이해할만한 일이었다. 아무리 파면된 대통령이라도 '폐가'나 다름없는 집으로 무작정 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즉각적인 퇴거 요구는 '야박'하다고 했다.

비록 불명예 퇴진이라지만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전직 대통령의 귀갓길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의 퇴거를 대하는 국민들 대다수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을 거다. 그가 사저로 돌아가는 장면은 그의 잘잘못을 떠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애처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뒷모습은 결국 아쉬움만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는 순간까지 헌재의 결정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파면된 대통령에게 승복까지 요구하는 건 너무 모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위해 탄핵 불복을 외치던 3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하나가 먼저 나왔다면 집회나 시위는 차분해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사이 국민들의 관심은 퇴거 시점에 모아졌다. 그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대신 오히려 떠나길 기다리는 꼴이 됐다. 사저 앞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때쯤 사저에 따라 들어갔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의 메시지를 갖고 나왔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

끝내 승복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국민통합에 대한 당부도 없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선고에 불복한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취임식에서 '100% 대한민국'을 외치며 국민통합을 약속했던 박 전 대통령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을 치유하기 위한 단 한마디도 아까워 한 그의 모습에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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