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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연정 안 할 거예요?"

광화문 머니투데이 박재범 정치부장 |입력 : 2017.03.15 05:00|조회 : 16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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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인철 교수가 쓴 ‘프레임’이란 책에 나온 미국 유머가 있다.

세실과 모리스가 교회를 가던 중이었다. “모리스, 자네는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나?” “글쎄 모르겠는데. 랍비에게 여쭤보는 것은 어떨까?” 세실이 랍비에게 물었다. “선생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랍비가 정색하며 대답했다. “그건 안 되네. 기도는 신과의 엄숙한 대화인데 그럴 수 없지.”

세실에게서 랍비의 답을 전해들은 모리스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야” 그리곤 모리스가 랍비에게 다신 물었다. “선생님, 담배를 피우는 중에 기도를 해도 되나요?” 랍비는 웃으며 답했다. “기도에는 때와 장소가 필요없다네. 담배를 피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세상을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프레임’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에피소드인데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적폐청산과 대통합’. 3월10일 이후 던져진 프레임이다. 아니 우리 스스로 가둔 프레임이기도 하다. 이미 마음 속 ‘청산파’와 ‘통합파’를 나눴다. 그리곤 묻는다. 청산파에게 “청산 대상이 누구냐”는 가벼운 질문을 던진다. “기득권, 부패 세력 등”이라는 일반적 답이 돌아온다. 그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는 청산 대상이냐?” “△△△는 기득권 세력 아니냐?”. 통합파를 향한 질문 패턴도 다르지 않다. 먼저 “통합이 대상이 누구냐”고 묻는다. “개혁에 동의하는 세력”이라는 답이 나오자마자 다시 몰아친다. “○○○는 통합의 대상이냐?” “△△△는 반개혁 세력 아니냐?”. 프레임 속 선택을 강요한다.

‘청산파’에 비해 ‘통합파’를 향한 질문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청산은 선명, 명쾌한 반면 통합은 애매한 탓이다. ‘친박(친박근혜)’은 “청산 대상”이라는 말이 “통합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보다 분명하다. 어찌보면 말장난과 비슷한데 우린 스스로 짜놓은 프레임 속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해석한다. “적폐를 청산하고 대통합해 나가자”는 시대정신을 굳이 둘로 나누고 방점찍기를 서로에게 강요한다. 우리가 너무 현재에 매몰된 채 미래를 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온 집안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의지조차 없다면 문제지만 의지가 실천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3월10일 탄핵 인용의 강한 기억에 젖어 조기 대선 다음날인 5월 10일을 보지 못하거나 보려 하지 않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성대한 취임식은커녕 홀로 청와대에 들어가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다. 곧바로 국정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의 옆엔 아무도 없다. 국무위원들은 그저 자리를 지켜줄 뿐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298명의 의원이 있지만 대통령 편은 소수다. 현재 의원 분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120명 △자유한국당 94명 △국민의당 39명 △바른정당 32명 △정의당 6명 △무소속 7명 등이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이 존재하는 국회에서 180석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조다. 손을 잡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게 현실이다. 게다가 개헌을 외치면서도 정작 당의 경선룰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정치권이 파트너들이다. 298명의 의원을 홀로 상대해야 하는데 빗자루를 들고 칼자루만 쥐고 손을 내밀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손을 잡는 과정이 대화와 협치다. 개혁을 위해 한발 나가기 위한 수단이 연정이다. ‘청산이냐 통합이냐’의 프레임에 갇혀 미래를 너무 낙관하지 말자. 통합이 개량으로, 연정이 타협으로 이해되고 배척된다면 5월10일 이후는 끔직할 거다. 프레임에서 나오기 위해 질문을 바꿔 던지자. “연정할거야?” 대신 “연정 안 할 거에요?”라고. "안 하겠다"며 고개를 저을 대선주자는 없을 거다.

[광화문]"연정 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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