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신한 미래 위해 퇴임"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신한금융

"내가 신한금융그룹에서 30년을 있었는데 왜 사외이사된 지 2~3년밖에 안되는 사람 앞에서 면접을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나를 회장으로 뽑아주면 내 후배들이 사외이사 앞에서 면접보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중에 사외이사들이 그 말에 진실성이 느껴져서 (나를) 뽑았다고 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2011년 2월14일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자 면접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한 회장은 2011년 취임한 후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끌었고 오는 23일 신한금융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물러난다.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으로 조용병 전 신한은행장을 내정했고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위성호 행장이 맡는다. 조 내정자는 차기 회장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신한금융 사외이사들과 함께 '선배'인 한 회장 앞에서 면접을 봤다.



한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지난 6년간 했던 일을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가 조직 통합이다. 한 회장은 “신한사태 이후 흩어진 조직을 수습했고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특히 “회장 나이를 70세로 제한하고 내부에서 회장 후보를 양성하는 경영승계 제도를 만들어 실제로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1948년생인 한 회장은 2년 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지만 일찌감치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한 회장은 “2년 더 할 수 있지만 직접 만든 경영승계 제도를 작동시켜 보고 싶었고 신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퇴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경험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둘째는 탄탄한 재무 기반 구축이다. 그는 “차입금 상환 3조1000억원, 내부유보 8조원 등 6년간 11조1000억원의 자금을 쌓았다”며 “후임자가 새로 M&A(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도록 재무적인 기반을 다졌다”고 밝혔다.


셋째는 앞서가는 금융이다. 2011년 취임 당시만 해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4대 천황’ 시대였다. 한 회장은 “정통 금융인으로서 ‘4대천왕’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며 “복합점포 PWM(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과 CIB(기업투자금융)를 먼저 시작해 지금은 다른 금융회사가 모두 도입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금융’이라는 가치 경영이다. 2011년만 해도 기업이 고객, 사회와 동반성장한다는 개념은 생소했다. 한 회장은 재임 기간 중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취임 당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것과 함께 ‘따뜻한 경영’을 꼽을 정도로 가치 경영을 높이 자평했다. 한 회장은 “해외에서 ‘지속가능경영 기업’으로 선정돼 상을 받을 정도로 가치이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가치경영은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퇴임 후 고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을 돕는 방법은 고문으로서도 충분하다”며 “깔끔하게 물러나 후배에게 조언하면서 고문의 모범을 만드는 것도 나의 책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후배’ 조 내정자와 위 행장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한 회장은 “남들과 같은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새로운 것을 해야 신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를 비롯한 신한 직원들에게도 “1등 신한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고객에게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