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한국은행, 동결이 능사가 아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2016년 6월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25%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연준(Fed)은 지난해 12월 0.25%를 인상하였고, 또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1.1%대에 있던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1.2%대로 올랐고, 최근 또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3월 13일 1.38%까지 치솟아 올랐다. 1.8%대와 2.4%대에 있던 5년물과 10년물 수익률도 각각 2.14%와 2.63%까지 상승했다. 그 결과 한국의 국고채 2년물, 5년물, 10년물 수익률도 3개월 전에 비해 각각 1.6%대에서 1.7%대, 1.8%대에서 2%, 2.1%대에서 2.3%로 상승하였다.

지난 3개월간 한국과 미국의 국채 수익률 변동 추이는 두 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 미국의 시장금리보다 상승폭은 작지만 연준의 시장금리 상승은 한국의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금리가 국제 채권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둘째, 2년 이하까지는 미국이 한국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지만 3년물은 거의 같고, 5년물 이상부터는 한국과 미국 간 수익률이 역전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3년물 이상에 투자하였던 외국인자금은 더 이상 한국물에 투자할 동기가 없음을 보여준다. 즉 외국인자금의 유출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환율 요인으로 인해 채권시장에 외국인자금의 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그 결과 한국의 채권수익률 상승폭은 미국의 채권수익률 상승폭보다 낮다. “미국 금리 인상에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의 표현도 이를 믿고 호기(?)를 부리는 것 같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환율을 믿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가계부채 문제이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음으로써 가계의 부담 증가에 기초해 금융회사의 수익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그 결과 또 다른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인 예금 금리의 인상 압력을 약화시킨다. 반면, 시장금리의 상승은 대출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은행의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은행의 수익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가계를 희생으로 금융회사의 수익을 한은이 지원해주는 것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인위적 부동산 경기부양을 한은은 금리 인하로 지원해주었다. 부동산 경기부양의 덕택으로 금리 인하기에도 은행의 수익은 증가하였다. 예대마진이 축소된 대신 주택대출이 크게 증가한 덕택이다.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건설업체는 혜택을 입었겠지만,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대가 GDP를 감소시켰다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부양책은 ‘나쁜’ 경제정책이었다. 즉 이명박 정부까지는 가계부채 증가 시 GDP 증가가 양(+)의 값을 가졌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음(-)의 값으로 변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이 발목을 잡힌 격이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정책의 협력자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한은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가계부채 부담의 증가를 억제하려는 목적도 점점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가계부채 문제를 금리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리를 계속 동결했음에도 가계부채 문제는 가라앉지도 않고 오히려 가계부채 규모를 증가시키고, 그 결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강요(?) 받음으로써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지 않는가. 첫 단추를 잘못 낀 결과 ‘식물’ 한국은행을 자초한 것이다. 가계부채는 주택금융 정책 및 소득 지원 정책으로 접근하고, 금리는 제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