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옐런, '3~4%' 동상이몽…같이 갈까 따로 갈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5일(현지시간) 금융위기 이후 3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은 '점진적인'(gradual) 금리인상을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그가 마침내 공격적인 통화긴축을 예고하는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켓워치는 이번 행보를 FRB가 기준금리를 금융위기 이전 평상시의 3~4%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첫 단계로 봤다.


FRB는 이날 올해 금리를 2번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전망대로다. 2018년과 2019년에도 똑같이 3번씩 올려 2019년 말 기준금리가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금리 목표치는 3%로 종전과 같았지만 2019년 말 전망치는 0.1%포인트 높아졌다.

옐런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인상 횟수가 한 번 적거나 많아도 내게는 여전히 '점진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RB가 2004년 중반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린 적이 있는데 이때도 사람들은 금리인상 속도가 '점진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FRB는 2004년 6월 1%였던 금리를 2년간 17차례에 걸쳐 5.25%까지 끌어올렸다. 옐런 의장은 이때의 금리인상 속도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언제든 금리인상 공세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옐런 의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FRB가 추구하는 금리 정상화 목표와 트럼프가 바라는 성장률이 3~4%로 숫자만 같을 뿐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이기 때문이다. 재정확대를 비롯한 트럼프의 성장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쉽고 이에 맞선 FRB의 금리인상 공세는 성장세에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55년 이후 FRB의 통화긴축주기는 12번 있었는데 미국 경제는 FRB가 긴축기조로 돌아서 첫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3년쯤 지나 침체에 빠진 경우가 많다. FRB는 2004~2006년 긴축 이후 2015년 12월에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잠재적 위기가 머지않은 셈이다.

안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지난해 대선기간에는 옐런이 저금리 정책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도왔다고 비판했다. 옐런을 퇴출시키겠다고도 했지만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내년 6월까지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을 비롯한 FRB 이사 7명 가운데 5명을 지명할 수 있다. 2석은 이미 공석이고 금융규제를 맡고 있는 대니얼 타룰로 이사는 4월에 물러난다. 옐런과 피셔의 임기도 내년 2월과 6월에 끝난다. 둘은 FRB 이사로 남을 수 있지만 의장, 부의장으로 재지명 받지 못하면 물러나는 게 관례다.

트럼프가 반(反)옐런 공세를 멈춘 건 고민이 많아서다. 옐런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하나같이 강력한 통화긴축을 주장하는 '매파'들인 탓이다. 글렌 허바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케빈 워시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방문연구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테일러 교수의 경우 금리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더 높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테일러준칙'으로 유명하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이런 매파들의 공세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이 '비둘기파'인 옐런을 연임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금융규제를 주도해온 타룰로 이사의 후임을 통해 금융규제완화 공약을 실현하면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옐런이 물가·고용지표를 목표치 수준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고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전임 공화당 정부가 임명한 FRB 의장을 연임시킨 적이 있는 만큼 공화당도 옐런의 연임에 반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