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고조된 한미 FTA…美 무역대표 내정자 "韓, 대표적 대미흑자국"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사진 왼쪽 세번째)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 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2010년 11월8일 오전 서울 종로 외교통상부에서 한미 FTA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통상장관회의를 갖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방침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는 14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이 멕시코와 더불어 대표적인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이라고 적시했다. 그는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상시적으로 존재했고, 그 규모도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경우엔 규칙이 다른 데처럼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게 체결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미 FTA가 '황금 표준'으로 불릴 만큼 미국의 대표적인 FTA로 꼽혔지만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정의 전면적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5주년 기념행사를 전하면서 한미 FTA가 불안한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미 FTA 찬반 주장을 소개하며 한미 FTA가 지속된 논쟁 속에 놓여 있다고 봤다.


한미 FTA 비판론자는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 메모리칩, 모터, 펌프 등이 미국 시장에 몰려와 미국의 일자리와 경쟁업체를 위협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USTR는 최신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는 미국 국민들이 한미FTA에 대해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보적 소비자단체인 퍼블릭시티즌스 글로벌 트레이드 워치의 로리 월러치 대표는 "한미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악화됐다"며 "한국이 환율을 고의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을 막는 안전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좋은 규칙으로 한미 FTA를 교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폐기는 차선책"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미 FTA 지지자들은 한미 FTA로 양국이 연간1000억달러가 넘는 무역으로 혜택을 입고 있을 뿐더러 핵심 전략 동맹 관계를 강화했다고 주장한다.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담당 부회장은 "양국 관계에 긴장이 있기는 하겠지만 한미 FTA는 미국이 맺은 가장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이라며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주 워싱턴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 한미 FTA가 양국에 가져다 준 이익을 강조하고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산 셰일 가스의 수입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