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빅뱅기 경영 최일선 현장 뛰어든 이해진·김범수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머니투데이DB

국내 인터넷 업계를 사실상 이끌어온 ‘투톱’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나란히 경영 최일선 현장에 뛰어든다. 이 의장은 17일자로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유럽을 거점 삼아 글로벌 사업 아이템 발굴과 기술투자에 전념한다. 김 의장은 인공지능(AI) 개발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 대표를 맡아 AI 사업을 진두 지휘한다. 인터넷 시장 빅뱅기 양사가 사운을 걸고 있는 최대 경영 현안 이슈를 현장 일선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각오다.

◇이해진, 유럽 신사업 현장…김범수 AI연구 직접 챙겨=네이버는 17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사옥에서 정기주주 총회를 열고 이해진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새 이사회 의장을 선출한다. 차기 의장엔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선출될 예정이다. 이 의장은 대신 유럽 사무소를 거점으로 현장에서 유럽과 일본, 중국 등 네이버의 해외 사업과 기술투자 업무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AI 연구개발(R&D) 자회사 ‘카카오 브레인’ 대표를 맡아 AI 기술력 확보와 관련 사업 기획에 직접 나선다. 김 의장이 EO를 맡는 건 2011년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선임한 지 8년 만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부터 직접 국내외 인공지능 석학들을 직접 자문을 구할 정도로 AI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제2의 韓인터넷 성공신화 이뤄낼까=국내 벤처 1세대이자 현재까지도 인터넷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김 의장이 동시에 최일선 현장에 뛰어든 것은 새로운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격돌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 의장은 지난해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인터넷 사업은 시간, 국경에 제약이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네이버가 찾은 돌파구는 ‘글로벌’과 ‘기술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이 동남아 시장을 기반으로 지난해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 상장되는 쾌거를 거뒀다. 올들어 유럽 드비알레와 미국 사운드하운드 등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도 속속 단행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 의장이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을 경우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행보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대로 카카오의 올해 최대 경영 현안은 인공지능 등 신기술 접목이다. 임지훈 대표가 올 초 “인공지능 비서 같은 카카오톡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며, 네이버에서 활동하던 김남주 자몽랩 소장을 카카오 브레인 연구부문 총괄로 영입했다. 특히 조기 기술력 확보를 위해 김 의장이 또 다른 M&A(인수합병)를 시도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M&A 귀재’로 꼽히는 만큼 카카오브레인이 협업을 위해 어떤 기업들과 손을 맞잡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은 위기 때마다 적재적소의 M&A로 돌파해왔다.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인수금액으로 시장의 우려를 샀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역시 실적을 올리고 신사업 시너지까지 확보하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현업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던 이해진 김범수 의장의 복귀는 IT 산업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봤다는 것”이라며 “제2의 네이버·카카오 신화를 일궈낼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