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책금리' 인상…"부동산·지방정부 곳곳에 뇌관"

인민은행이 미국 금리 인상 직후인 16일 역환매조건부채권과 중기유동성창구 금리를 올리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 진작과 돈의 습격 사이에서 인민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중국 인민은행)

베이징 시간으로 16일 새벽 2시, 미국이 석 달 만에 0.25%p 기준 금리를 올리자 중국 인민은행도 바빠졌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9시50분에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과 중기유동성창구(MLF) 금리를 0.1%p 올린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이미 지난 1월 말과 2월 초에도 각각 MLF와 역레포 금리를 인상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긴축’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미국처럼 ‘금리인상’을 단행할 정도로 경제 여건이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이와 관련 “이번 정책 금리인상은 시장의 자금 수급에 따라 금리를 조정한 것이지 예금과 대출 금리를 올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16일 중국 인민은행의 정책 금리 인상을 놓고 중국 경제의 고민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민은행은 이날 역레포 7일물과 14일물, 28일물 금리를 일제히 10bp(0.1%p, 1bp=0.01%p)올렸다. 중기유동성창구(MLF) 6개월물과 1년물 금리도 각각 10bp씩 인상했다. 이로써 역레포 금리는 7일물 2.45%, 14일물 2.6%, 28일물 2.75%가 됐다. MLF금리도 6개월물 3.05%, 1년물 3.2%로 올랐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경기가 살아나는 등 기본 여건이 달라졌고, 미국 금리인상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책금리 인상…'통화 긴축' 효과 분명

역레포나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공급해주는 자금으로 일종의 정책 금리다. 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 은행의 대출 금리도 연쇄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전방위적인 기준금리 인상보다 파장은 작지만 사실상 시중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는 역할은 분명하다. 특히 인민은행이 이런 정책 금리를 올린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시장은 바로 이 대목을 주목했다.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이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2015년 10월 ‘마지막’ 기준금리 인하 이후 통화정책 스탠스가 ‘긴축’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기에는 충분했다. 중국은 2011년 7월 3.5%였던 기준금리를 2015년 10월 1.5%까지 지속적으로 낮춘 바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수년간에 걸친 양적완화로 돈이 넘쳐나며 이제는 집값 거품과 부실대출, 금융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렇다고 단번에 칼을 빼들수도 없다. 간신히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잘못 올렸다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지난 17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건드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민은행은 대신 시장 충격이 덜한 정책 금리를 슬금슬금 올리고 있다. ‘경기 진작’과 ‘돈의 습격’ 사이에서 말 못할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돈줄 죄도 부동산은 계속 '거품' 향해 올라

그러나 고민이 길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당장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동산 담보대출이 위협적이다. 징지찬카오바오(경제참고보)에 따르면 지난해 위안화 신규 대출 증가액 12조6500억위안으로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45%(5조6800억위안)에 달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1선 도시 주택들이 부르는 게 값이 된 이유다.

하지만 집값은 여전히 거품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이날 21스지징지바오다오(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베이징의 기존주택 거래 건수는 4255건으로 전주대비 9.2% 증가했다. 이 신문은 불과 1주일 새 베이징의 한 아파트 가격이 90만위안(1억5000만원)이나 치솟았다고 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실 쩡강 주임은 “은행 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정책은 이미 ‘긴축’으로 바뀌었다”며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감을 느낀 일선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일제 조사에 나서며, 신규 대출을 확 줄이고 있다. 지난 1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6293억위안으로 줄었고, 지난 달에는 3804억위안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평론가 예탄은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더라도 중국의 주택담보대출 위기는 중산층은 물론 핵심 금융기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정부 부채도 불안, '돌려막기'의 연속

금리 인상의 고민은 지방정부 위기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치를 3%로 발표했는데 부채에 쪼들리는 지방정부가 이런 적자율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지방정부들은 올해 고정자산 투자로 또다시 45조 위안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부채 이자도 갚지 못하는 지방정부가 전체 고정자산 투자 목표(60조위안)의 75%를 담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방정부가 빚을 꼭 갚을 필요는 없다. 이자만 내고 버티면 중앙정부가 알아서 지방채로 전환해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지방정부가 발행한 지방채 규모만 6조458억위안에 달한다. 이중 빚을 채권으로 돌려준 ‘치환 채권’만 80%를 넘는다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지방정부 부채는 2조4000억위안으로 지방정부 전체 부채의 16%에 달한다. 내년에는 전체 부채의 40%(6조2000억위안)가 위험한 만기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