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탄생되는 0.1초…'꽃 선배' 되려면?

#직장 회식자리. 술이 한잔씩 돌고 "내가 꼰대 까진 아니잖아. 그렇지?"라는 팀장의 목소리가 지글지글 삼겹살 굽는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순간 동료들의 동공에 지진이 관측됐고 모두 목이 부러진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도 '최상급 꼰대'로 유명한 팀장. 술자리에서 강권하는 것은 기본이고 성희롱에 가까운 언행도 거침이 없다. 회식 때마다 되풀이되는 '왕년 얘기'가 시작되면 집에 가긴 틀렸다. 즐거운 사람은 팀장 뿐. 회식 분위기가 산다. 내가 이렇게 산다.


#장례식장과 같은 회의실에 살아있는 생명체는 부장 밖에 없다.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다. 매번 회의는 부장이 생각한 방향으로 마무리 된다. 모든 사안마다 사견에 가까운 업무지시가 내려지고 결국 프로젝트는 산으로 간다. 뾰족한 주제도 없이 1시간 넘게 진행되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해) 회의. 결국 부원들의 아이디어는 부장의 업적으로 포장됐다. 이번에 갓 배치받은 신입사원이 괜찮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특별한 논의도 없이 기획서는 이면지가 됐다.

◇"아니겠지"라면 100%…직장인 90%, 꼰대가 있다
어느 조직마다 꼰대(늙은이·선생을 뜻하는 은어)는 꼭 있다. 만약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면 더욱 가능성이 높다. 뜨끔했다면 100%다. 오랜 사회경험을 '후배들 잘되라고' 조언해주는 진심은 안다. 하지만 말 한마디에도 센스와 노하우는 필요하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0%가 '사내에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유형으로는 '답정너'(23%) 꼰대가 가장 많았고 "내가 해봐서 안다"는 전지전능한 유형도 16%를 차지했다.

직장에서 후배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포털사이트에 직장 상사의 연관검색어로 '스트레스를 부르는 직장상사'와 '직장상사 실수인 척 뺨 때리는 법' 등이 검색된 결과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꼰대에 대한 두려움과 이를 탈피하려는 노력도 상당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947명에게 물은 결과 '나도 꼰대로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42.7%)며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40.4%)고 답했다.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꽃 선배'가 될 순 없다. 후배들 눈치를 살피다가 고심 끝에 내뱉은 한마디로 꼰대·개저씨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어디서나 통하는 정답은 없지만 가이드는 있다.

직장인 등 성인들을 대상으로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인사이트인

◇"회식으로 분위기 좋아진다"는 건 '착각'…'경청'이 우선
사내에서 의사 결정권자의 힘이 드러나는 회의부터 달라져야 한다.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는 만큼 부장이나 팀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독단적이거나 '답정너'라면 회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부원들은 맞장구만 치다가 회의실을 빠져나가게 된다. 특히 엄숙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의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주의 깊게 받아들여야 한다.

회의주제와 시간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이유와 결과물에 대해서도 공유해야 한다. 회의에선 특히 팀장이나 부장은 후배들보다 더 많은 회의자료와 준비가 겸비돼야 한다.

김정주 교육컨설팅기업 인사인트인 대표는 "부장이나 팀장에겐 효율적인 업무분배·추진과 예리한 판단력이 동시에 요구된다"면서도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의 의견만 관철 시키려 한다면 갈등이 생길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식도 꼰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아랫사람에게 절대 술을 강권하지 말아야 하고 가능한 빠르게 끝내는 게 좋다. 예외는 있지만 대기업과 정부 등에서도 빠른 술자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질문이나 화려한 전적을 늘어놓는 것도 금물이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회식의 횟수와 시간을 주도하는 의사결정권자는 사실상 부장급"이라며 "이들은 회식으로 부서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술자리에서도 부원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