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美국채 향방은…강세론-약세론 '팽팽'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 및 전망(단위: %)/그래프=블룸버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이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수익률)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되지만 물밑에서는 강세론과 약세론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라고 블룸버그가 19일 보도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주말 2.5005%를 기록했다. 14일 2.6002%에서 15일 2.5% 밑으로 떨어졌다가 16일에 2.5402%로 반등한 뒤 다시 하락했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에서는 6월 말까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RB가 금리인상을 단행한 지난 15일 이후 17일까지 53명의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6월 말 2.65%에 이를 전망(중간값 기준)이다. 사실상 제 자리 걸음 수준이다.

주목할 건 전망치 중간값이 한 달 전에 비해 0.1%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데다 전체 전망치의 편차가 2.2%에서 3%에 이를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미국 국채시장을 둘러싼 강세론과 약세론이 그만큼 팽팽하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프랑스 대선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투자 수요와 세계적인 리플레이션 및 잠재적 재정부양 바람에 따른 투매 압력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했다.


영국은 이달 말 EU와 브렉시트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고 프랑스는 4~5월에 대선을 치른다.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를 부추기는 재료가 된다.

반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부양 공약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리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고정수익을 보장하는 채권의 매력이 떨어져 미국 국채도 투매 압력을 받기 쉽다.

칼 탄넨바움 노던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는 글로벌 자산으로 지금은 통화정책보다 자금 흐름을 더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와 프랑스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RB의 금리인상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상승 요인이 되는데 금리 움직임이 미미한 게 일련의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자금 흐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탄넨바움은 그러나 미국 국채 금리가 직면한 상승 압력도 만만치 않다고 봤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강해지면서 FRB의 통화긴축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FRB가 9월과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올해 말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야누스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주간이나 월간 단위로 2.6%를 웃돌아야 비로소 국채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섰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는 지난해 12월에 2.64%로 정점을 찍었는데 2014년 이후로 이 수준을 넘어선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미국 국채 약세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캐피털이코노믹스가, 강세론은 HSBC가 주도했다.

블룸버그는 오는 23일에 예정된 재닛 옐런 FRB 의장의 연설이 미국 국채시장의 향방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