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금리를 내린 美 연준 (3)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어떤 가상의 농장이 있습니다. 지난해 10만 가마니의 쌀을 생산했던 이 농장의 직원들이 똑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올해에는 11만 가마니를 수확했습니다. 이런 경우 '생산성이 10% 증가했다'고 표현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농장의 사장이라면 시간당 임금을 얼마나 올려줄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에 시간당 쌀 열 가마니의 임금을 줬다면, 올해에는 최대 열한 가마니를 지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도 이 농장의 순이익은 작년보다 줄어들지는 않겠죠. 임금인상분을 전액 생산성 증가분에서 충당했으니까요.

즉, 생산성 증가율은 시간당 실질 임금 증가율의 상한선 역할을 합니다. 만약 생산성이 더디게 증가한다면 실질 임금 오름세도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 오름세가 뚜렷하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임금 상승이 더딘 것은 낮은 생산성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저조한 근원 인플레이션 회복세는 낮은 생산성에 주요한 원인이 있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농장주' 입장에서는 임금 증가폭이 작은 게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지난 2013년 이후로 미국의 시간당 노동보상은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추세를 보여 왔습니다. 앞서 비유한 농장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쌀로 지급되는 시간당 임금이 10% 이상 늘어난 셈이죠. 자연히 농장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었습니다.

임금 증가율의 절대 수준은 매우 낮아져 있지만, 그보다 훨씬 낮아진 생산성 증가율에 비해서는 높은 상태인 것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낮은 생산성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뜀박질하는 현상은 요원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주 FOMC가 금리를 인상하면서도 '완화적'인 태도를 강조한 배경입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3월 23일 (08:46)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