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금리를 내린 美 연준 (4)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지난 편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조심스러운 금리인상 행보를 이어간 배경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연준의 행보는 빨라졌습니다. 지난해와 지난 2015년에는 각각 한 차례씩밖에 금리를 올리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석 달 만에 추가 긴축에 나섰습니다. 올해 총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데 대해 의심하는 시각은 많지 않습니다.

그 핵심 배경에는 원유가격의 급반등이 있습니다. 지난해 초에만 해도 유가가 20달러대까지 떨어져 '디플레이션' 공포가 극에 달했죠. 그러던 유가가 이제 50달러 안팎 수준까지 뛰었으니 저물가 걱정을 크게 덜 수 있게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걱정까지 할 정도이니 상전벽해입니다.

그런데 이 유가가 유발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급등세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위 그래프는 지난해와 올해의 유가 흐름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에 유가가 아주 낮았던 만큼 1년 전과 비교한 유가상승률은 지난 1월말 한 때 100%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저효과'(base effect)라고도 불리는 이 '전년동월비 상승률 증폭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유가가 앞으로 대폭 더 오르지 않는 한 오는 5월 중순쯤에 가서는 '상승률'이 0%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유가가 인플레이션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기존의 가정은 두 달 정도의 시효만이 남은 셈이 됩니다.

그런데 이 유가와 기대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관관계가 아직 뚜렷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유가가 떨어지면 다른 곳에 쓸 돈이 늘어날 테니 '근원' 인플레이션에는 오히려 순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임금이 정체되어 있는 환경이라면 그러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겠죠.

따라서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얼마나, 어떻게 올려 나갈지를 가늠하는 데에는 유가의 동향과 그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행태 및 심리를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