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자동차 정비수가 갈등, 車보험료 또 오르나

자동차 정비비용 수가를 놓고 제주도 내 정비업계와 삼성화재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비업체들의 투쟁이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자동차 정비업체들은 삼성화재와 차량 정비비용 수가를 놓고 마찰을 빚으면서 청구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 내 12곳의 삼성화재 협력정비업체 중 11곳이 해지를 통보했고 일부 정비업체는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차량의 수리를 보류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비업계는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대상으로 단가를 인상한 후 전 손보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정비비용은 작업시간에 시간당 인건비인 공임을 곱해 계산한다. 작업시간과 공임 기준은 국토교통부의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각 사가 결정한 후 정비업체와 개별 협상한다. 삼성화재는 제주도 내 정비업체에 시간당 2만4700원의 단가를 주고 있는데 정비업체측은 3만원 이상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비비용 인상 근거가 부족하고 보험료가 인상될 소지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제주지역 정비수가는 전국 평균보다 소폭 높고 국토부의 공표요금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매년 올리고 있다”며 “정비업계에서 원하는 수준으로 인상하려면 국토부의 기준수가가 먼저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10년 동안 정비수가는 37.8% 인상됐다.

정비비용을 둘러싼 보험업계와 정비업계의 갈등은 묵은 이슈다. 국토부는 이미 2015년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손해보험협회, 전국검사정비연합회 등과 함께 보험정비협의회를 구성해 공동연구용역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토부가 마련한 중재안을 정비업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의회는 중단된 상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정비업계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면 언제든 협의를 재개할 것”이라며 “정비업계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해외처럼 자동차제조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수가 기준 등을 연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으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정비업체들이 청구 투쟁을 벌이면서 삼성화재 고객은 사고가 나면 직접 정비업체에 차량 수리비를 지불한 후 그 비용을 삼성화재에 청구해 받아내야 하는 등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가 전국 차원으로 투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소비자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이 직접 수리비를 낸 후 보험사에 청구하면 과도한 수리비 청구분에 대해서는 지급이 안 될 수 있어 고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과도한 수리비 청구를 여과 없이 지급하면 보험료 인상 등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