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의 외로운 長考

김수남 검찰총장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외로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이 결정은 오롯이 총장의 몫이다. 이제 세간의 관심이 김 총장에게로 쏠리고 있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로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내용을 보고받았다. 수사팀이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신병처리에 대한 의견을 다시 내겠지만, 김 총장은 이와 별개로 박 전 대통령 조사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를 최종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영장청구 여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어 최종 결정권자인 김 총장이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선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3가지 범죄혐의에 연루됐고, 현직 대통령 신분일 때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모두 거부한 전력이 있는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분류된 인사들이 대부분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어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전직 대통령의 신분이지만 법치의 확립을 위해서도 일반인과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수사를 미적댄 점,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최씨에 대한 내용을 알고도 수사하지 않은 점 등으로 국민의 신뢰가 땅으로 떨어진 상태다. 박 전 대통령에게 '강공'을 펼쳐 이를 일정 부분 반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은 5월9일로 예정된 대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사가 혹여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는 탓이다. 법원의 영장 기각이란 후폭풍도 간과할 수 없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로 그동안의 모든 수사가 평가받는 만큼 기각되면 검찰 조직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구속에 성공한 뒤라도 뇌물죄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만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는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고위 검사들을 중심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 총장은 일선 수사팀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아울러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소환조사 후 3주일가량 고민했다. 다만 검토기간이 길어지면서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후 임 총장은 사퇴했고 이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는 해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