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실패, G7이 만회하나…'보호무역 배척' 합의 여부 촉각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오른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공동 회견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올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미국의 입김 탓에 공동성명에서 '보호무역을 배척한다'는 문구가 빠졌는데 G7 정상회의에서 이 문구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G7 정상회의는 오는 5월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타오르미나에서 열린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수도 로마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뒤 함께 한 회견에서 G7이 개방된 세계 경제를 지지하는 데 있어 확고부동하고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타오르미나에서 열릴 G7 정상회의가 보호주의적인 폐쇄를 위한 시도에 맞서 국제교역의 중요성에 대한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성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G7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G7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젠틸로니 총리와 아베 총리가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자유무역, 개방경제를 강조한 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경계감을 반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역 기조 탓에 지난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공동성명에서는 종전의 '보호무역 배척' 문구가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일본 등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에서 발을 빼고 멕시코, 캐나다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검토에 착수하는 등 보호무역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무역질서의 기반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반무역 공세를 펼지, 발언 수위를 조절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입장은 정상회의에 앞서 다음달 중순과 5월 초에 각각 열리는 G7 외무장관 회의와 재무장관 회의에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FT는 특히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릴 재무장관 회의가 정상회의 향방을 가늠할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G7엔 미국, 이탈리아, 일본 외에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가 속했다. 트럼프에게 이번 G7 정상회의는 취임 후 첫 유럽 방문이 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4개국 순방에 나섰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는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공동 회견에서 "일본과 유럽은 자유무역의 깃발을 높이 들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과 유럽이 연내에 FTA(자유무역협정)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과 EU는 2013년 4월 EPA 협상을 시작했다. 합의하면 전 세계 무역액의 약 35%를 차지하는 경제권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