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월가 '밀월' 끝?…'트럼프 조정' 경고등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21일(현지시간) 지난해 9~10월 이후 최대폭 추락했다. 달러, 국제유가 또한 약세를 지속했고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은 강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이날 투자자들이 어쩌면 '트럼프 트레이드'를 잊고 '트럼프 조정'에 대비하기 시작했는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CNN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월가의 밀월이 끝났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1.14% 내렸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24%, 1.83% 떨어졌다.

S&P500지수 추이/그래프=블룸버그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의 친성장 공약을 근거로 한 거래(트레이드)를 말한다. 시장에서는 감세,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투자, 규제개혁으로 요약되는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이는 주식과 상품(원자재)을 비롯한 위험자산 투자 수요를 자극했다. 달러도 한동안 랠리를 펼쳤다. 미국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 사이 미국 국채시장에선 투매 압력이 커져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단위: %)/그래프=블룸버그

그러나 최근 들어 공약 실현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기, 감세를 위한 세제개혁 관련 입법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을 서둘러 처리하지 않으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공화당은 23일 하원에서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여전해 표결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블룸버그는 최근 달러가 약세 행진하고 있는 게 글로벌 투자자들이 트럼프 트레이드를 포기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인덱스는 이날로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가장 긴 약세 행진으로 대선 이후 최저 수준이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자금 흐름으로 보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에 대한 투자 포지션이 중립으로 미국 대선 이후 급격히 커졌던 강세 포지션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진단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주요 기업의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비율)은 현재 약 18배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가 이날 발표한 월례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진단한 순응답자 비율이 34%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응답도 81%로 압도적이었다. 이 역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마이클 하트넷 BofAML 최고투자전략가는 3월이나 4월에 위험자산의 랠리가 멈출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펀드매니저들은 8년째 이어지고 있는 강세장에 종지부를 찍을 3대 악재로 금리상승, 실적악화, 보호무역정책을 꼽았다.

그렇다고 시장에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JJ 키나한 TD아메리트레이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주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진 만큼 이번 후퇴가 놀랍지 않다고 했다.

케이티 닉슨 노던트러스트웰스매니지먼트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경제가 강해진 만큼 투자자들이 평소보다 여유롭게 트럼프 공약의 실현 여부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을 놓고 합심하지 않으면 세제개혁이 가능하겠냐며 대체법안의 표결 결과를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