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텃밭 해외부동산…개인도 '재미' 본다

하나자산운용이 운용하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모로 판매할 예정인 '하나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 투자 대상인 미국 워싱턴DC에 위차한 나사 빌딩. /사진제공=하나자산운용

"개인 자금을 모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빌딩을 매입해 연 5% 이상 수익을 낼 겁니다."

연기금 등 '큰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해외 부동산펀드가 개인투자자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 해외부동산 투자에서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 방식 부동산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연기금과 함께 양대 자금줄이던 보험사가 회계기준 변경을 앞두고 손을 떼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의 물꼬가 공모시장으로 급격히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23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나사 빌딩을 매입해 임대수익을 올리는 '하나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 부동산펀드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펀드 운용은 하나자산운용이 맡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1357억원, 45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점 고객으로부터 모집한다. 모집 금액이 목표에 미달할 경우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메운다. 한국투자증권의 판매 목표액 중 일부는 하나은행이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동성을 줄여주는 환헤지는 전체의 50%만 실시한다. 환헤지에 따른 비용 증가로 목표 수익률이 5.5% 수준으로 종전(7% 초반대)보다 떨어졌지만 안정성을 우선시했다는 게 한국투자증권측 설명이다.

이처럼 최근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가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호주 캔버라에 있는 호주 교육부 청사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를 지난 6일부터 KB국민은행·미래에셋대우·신한은행·우리은행을 통해 개인에게 판매한 결과 목표액 1410억원을 완판했다. 최소 투자금액이 1000만원으로 적지 않았음에도 예상보다 하루 일찍 목표금액을 채웠다.

NH투자증권도 파리 인근에 위치한 로레알 사옥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를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던 것과 달리 기관투자자는 1~2년 전부터 해외 부동산을 집중 매입하고 있다. 과잉공급 우려로 기대 수익이 예전만 못한 국내 오피스빌딩에 투자하기 보다는 낮은 공실률과 저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이 낮은 선진국 부동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공모형펀드가 연이어 선보이면서 해외 부동산시장 훈풍이 개인투자자에게도 불고 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신규 설정된 공모형 해외부동산펀드는 4499억원에 불과했는데 이 중 3분의 1인 1525억원이 이달에 조성됐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기관 수요가 워낙 많아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를 내놓을 여력이 없었다"면서 최근 보험사가 투자 지분을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야 하는 회계기준 변경을 앞두고 RBC(지급여력비율) 하락을 우려해 부동산 투자를 줄이면서 공모펀드에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열 징후가 감지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베트남, 중앙아시아처럼 개발도상국 부동산 개발에 집중했다면 1, 2년 전부터는 안정성을 높여 선진국 중에서도 공공기관 등 우량 임차인이 사용하는 빌딩 투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단기간에 자금이 몰리다 보니 국내 투자회사끼리 과도한 경쟁이 붙어 인수가격이 높아지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