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무슨 관계냐" 中 사드 몽니에 떠는 中企

롯데에 집중됐던 중국 당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성 조치가 중소기업까지 퍼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 내 한 롯데마트 앞 모습. / 사진제공=뉴시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가 본격화한 가운데 롯데에 집중됐던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가 중소기업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국 현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불시 위생·소방점검에 나서는가 하면 최근에는 롯데그룹과의 관계까지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2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중국 청도산업단지에 있는 한국기업 수백 곳의 지배구조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모기업과 주요투자자, 지분율, 거래처 등 확인가능한 문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서면조사는 이들 기업과 롯데그룹의 재무적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제로 서면조사 과정에서 중국 공안이 국내기업들에 “롯데와 무슨 관계냐”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는 취지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관리 파트의 중국인 직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질문했다는 설명이다.

불시 위생·소방점검도 곳곳에서 진행된다. 이같은 불시 단속 등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중국 내 롯데마트 지점 수가 67개로 알려진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 조치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 청도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 지역 한국기업 수백 곳 중 이같은 서면조사와 점검을 피한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위생·소방점검은 실제 영업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중국 현지 마케팅 행사가 취소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화장품업체 B사는 지난주 중국 상하이의 한 대형병원에서 한류스타 C씨를 앞세워 대규모 미디어행사를 추진했으나 행사 전날 전격 취소했다.

B사 관계자는 “C씨에 대한 비자가 나왔고 수십 개 매체가 참여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행사를 마련했으나 이달 들어 중국 내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결국 취소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온갖 소문 등이 더해지면서 이익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봤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이 드는 행사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사드 제재 조치와 함께 중국 소비자들의 반한 감정도 점점 악화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현지에서 일하는 D사 관계자는 “한국 회사를 다니는 중국인들에게 ‘왜 한국 회사를 다니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며 “제재 자체도 무섭지만 중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중소 B2C 기업들 입장에선 이같은 제재가 반한 감정에 기름을 붓는 것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